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2772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송도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공장 ‘메가플랜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투자 결정은 신유열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첫 대규모 자금 조달이라는 점에서 사업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롯데그룹이 신 대표에게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맡기면서 ‘후계자 지원’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 계속되는 대규모 유상증자, “승계 위한 사전 밑작업이었나”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한 뒤 지금까지 총 1조 원 이상을 지원해왔다.
2022년 10월에는 미국법인 운영자금과 미국공장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2106억 원, 2023년에는 국내 송도공장 신설과 미국공장 증설을 위해 2125억 원을 조달했다.
국내 송도 공장 신설을 위해서는 2024년 6월 1501억 원, 2025년 3월 2100억 원에 이어 12월 2772억 원을 투입했다.
롯데그룹에서 투입한 자금이 모두 합쳐 1조604억 원 규모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별도로 롯데지주 약정으로 9천억 원가량의 은행권 대출도 받았다.
초기에는 “미래 신사업 육성”이라는 명분이 강조됐지만, 올해 신유열 대표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 뒤 업계 해석은 달라지고 있다.
바이오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후계자에게 맡기고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흐름 자체가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 지연되던 송도 CDMO 공사, “신유열 투입된 뒤 실행력 붙었다”
신유열 대표 체제 직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속도’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추진 중인 송도 36만L 규모 메가플랜트는 롯데그룹 미래 전략의 핵심임에도 그간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2023년 7월 착공한 제1공장은 설계 변경, 매립지 지반 변수, 노동자 파업 등이 겹치며 공정이 약 7개월 지연됐다.
하지만 신 대표가 11월 경영 전면에 투입된 직후 곧바로 유상증자 결정이 이뤄지면서, 투자 집행과 의사 결정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신사업으로 시작하는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신유열 대표 체제에서 바이오 사업에 힘이 실리는 흐름은 국내 대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승계 공식과도 맞닿아 있다.
성장성이 큰 사업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경영 자산’을 축적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룹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이어서 오너 일가 후계자의 첫 보직으로 선호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 유상증자의 전체 흐름이 승계 체계 정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주요 그룹들도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CJ그룹은 후계자인 이선호 CJ미래기획그룹장, 농심그룹은 후계자인 신상열 농심미래사업실장 전무, 삼양식품은 후계자인 전병우가 삼양라운드스퀘어 헬스케어BU장(상무)가 각각 신사업을 전면에서 이끌며 경영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후계자는 조직 안에서 자신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며 “신사업은 이러한 리더십을 시험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무대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