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심지 속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비둘기를 떠올릴 것 같다. 아스팔트 바닥 빛깔과 유사한 거무튀튀한 회색빛 비둘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은 서울의 흔한 풍경이 됐다.
비둘기 떼가 돌담 위에 앉아있다. ⓒ뉴스1
그런데 국내 비둘기의 개체 수가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비둘기가 현재 개체 수가 얼마나 될까. 환경부가 민원이 잦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비둘기 개체 수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개체수는 2021년 2만7589마리에서 지난해(2024년) 3만4164마리로 3년간 23.8%가 증가했다. 집계가 일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개체수는 훨씬 많을 수 있다. 대한조류협회 등 민간단체는 전국 집비둘기를 최대 100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비둘기가 도심지에 정착을 시작한 때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 대통령 서거 10기 추모식. ⓒ뉴스1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식에서 약 1400마리의 비둘기를 날려보냈고, 이외에도 다수의 국가적 행사에서도 평화와 화합의 사징으로 비둘기 방사가 이뤄졌다. 앞서 1985년 행사에서 시작됐지만, 2000년까지 다양한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비둘기가 방사됐다. 이는 국내 집비둘기 개체 수가 급증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렇게 도심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비둘기는 기온 상승에 반응했다.
비둘기 개체 수 증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바로 놀라운 번식력인데, 기온 상승은 이 번식력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둘기는 연중 번식이 가능한 조류지만, 특히 5~6월의 따뜻한 기온을 선호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번식 시기가 앞당겨지고 번식 기회가 늘어나고 이는 곧장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진다. 풍부한 먹이와 따뜻한 기온 덕분에 야생 비둘기는 보통 연 2회 번식하는 반면, 도심 비둘기는 연 5~6회, 많게는 그 이상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지붕 위에 앉은 비둘기들. ⓒ뉴스1
또한 환경부가 공개한 ‘국가장기생태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 개발이 확산될수록 도심 지역에서 '열섬효과'(도시 기온이 주변 농촌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비둘기의 번식 성공률을 높여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시는 비둘기에게 많은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잡식성인 비둘기는 음식물 쓰레기 등 먹이 자원이 풍부한 도심에서 쉽게 먹이를 확보할 수 있고, 맹금류 등 천적은 자연환경보다 훨씬 적다. 또한 고층 건물을 비롯한 각종 인공 구조물이 비둘기에게 서식지 역할을 해준다.
서울 시내 공원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달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비둘기 개체 수가 꾸준히 늘면서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비둘기 관련 민원은 2020년 667건에서 2023년 1432건으로 대폭 증가헀다. 서울시는 “비둘기 배설물과 깃털, 악취, 건물 훼손 등으로 인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며 “도심 내 위생과 시민 불편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헀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비둘기 개체 수 관리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먹이주기 금지와 과태료 부과, 관리지역 지정, 불임 먹이 시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울시는 2025년부터 광화문광장·한강공원 등 38개 공공장소에서 비둘기 먹이주기를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