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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내 폭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것을 두고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 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부적절한데다 대통령을 욕보이는 발언”이라고 성토했고, 여당에서도 “굉장히 잘못된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발언을 거론며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의 말에 국민 억장이 무너진다”며 “윤 대통령의 안전불감증은 진작부터 논란”이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8월 80년만의 폭우가 수도권을 강타한 침수 현장을 보고도 퇴근하고, 일가족이 참변당한 반지하 주택을 보고도 옆 동네 불구경하듯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송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즐긴 그날은 전국 호우위기 경보가 2단계로 격상하고 수도권 267건, 부산 53건, 대구·경북 150건, 광주 100건이 넘는 피해신고가 접수된 날”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앞서 수십여명이 숨지고 실종되는 등 폭우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것과 관련해 ‘출발 전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냐’고 기자들이 묻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았고,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가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 수시로 (대통령이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는 게 필요하겠다 해서, 하루에 한번 이상 모니터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날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발언을 “대통령을 욕보이게 하는 발언”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왜 1호기(대통령 전용기)에 이런저런 정보통신망을 둬서 실시간 화상회의를 하게끔 만드나.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전용기를 제공하고 정부 보좌기구를 둘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수도를 떠난 이후에 발생하는 일에 매우 민첩하게 대응하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국가의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저희 같은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이라며 “(지금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국정의) 우선순위가 다른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지금 (서울로) 가도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고 한 부분은 굉장히 잘못된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이 된다”며 “대통령께서 모든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이라고 수 차례 얘기하지 않았나. 국내 문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취소하기는 어려웠다, 국민께 양해를 부탁드린다’ (이렇게) 조금 더 낮은 자세로 메시지를 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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