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띠를 두르고 성소수자들의 곁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목사.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펼쳐왔던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지난 3일 별세했다. 향년 55세.
임 목사는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교 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투신했던 인물이다. 고인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7회 무지개인권상을 받았고, 2013년 퀴어영화 축제인 서울 LGBT 영화제의 집행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또한 임 목사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해왔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을 펼쳤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4년 기자회견을 통해 벌금이 시민운동을 위축하는 조치라며,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2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선동에 반대하는 평화의 인간 띠 잇기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2015.6.23 ⓒ뉴스1
임 목사는 향린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2013년 섬돌향린교회로 분당해 담임목사로 활동을 해왔다.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퀴어신학을 설파한다는 이유로 임 목사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 교단으로부터 지난 2017년 이단으로 지목받으며 배척받아왔다.
조헌정 향린교회 은퇴목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섬돌향린교회는 LGBTQI(성소수자) 성도님들이 주축이 된 교회로 보수 교단으로부터 이단목사로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며 "그간 꿋꿋이 견뎌오셨는데 그분도 연약한 인간이었다"고 글을 남겼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임 목사님이 속한 기독교장로회는 마녀사냥하는 보수 교단으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어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부터도 그를 지키지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성소수자들의 영원한 친구 임 목사의 영면을 기원했다.
성소수자들의 '벗'이자 '품'이었던 사람
임 목사와 인연을 이어왔던 시민 단체들은 고인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4일 "고(故) 임보라 목사님은 성소수자들의 벗이자 품이었다"며 "이단이라는 보수기독교의 공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성소수자 혐오에 단호히 맞서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 내어온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 불평등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 늘 먼저 나와 곁이 되어 주신 덕분으로 우리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다"며 "때문에 떠난 자리가 오래 시릴 것"이라며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었다.
비온뒤 무지개 재단은 "다수의 퀴어문화축제와 연대의 자리에 종교인으로서 함께 하셨고 기독교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종교가 되길 바라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셨다"며 "무지개를 두르고 환하게 웃던 고인의 밝은 미소와 연대의 마음을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이 땅의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세상을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차별금지법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임 목사님은 그런 사람이었다"며 "무지개를 휘감고 연대가 필요한 어디에서나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시던 당신의 미소가 벌써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과 함께 꿈꾸었던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 우리가 만들어가겠다"며 "그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우리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진심을 기도하겠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22호실에 마련됐다. 오는 7일 오전 7시에 발인 예정이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