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민과자'를 세계 시장으로 키우겠다며 꺼내든 '빼빼로 1조 원 프로젝트'가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본격화한 지 2년 만에 빼빼로는 롯데웰푸드 전체 수출의 40%를 책임지는 핵심 브랜드로 성장했고, 증권업계에서는 빼빼로와 초코파이 등 기존 주력 상품의 매출 확대가 올해 1분기 해외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소비 흐름까지 특정 인기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롯데웰푸드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4년 9월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폴란드의 글로벌 식품 생산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출장 기간 동안 폴란트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열고 빼빼로를 매출 1조 원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29일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유통산업의 생산능력(CAPA) 부족 현상을 분석한 결과, 산업 전반의 공급 부족보다는 ‘특정 브랜드’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공급 차질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이는 소비가 일부 인기 브랜드와 제품군에 쏠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브랜드 경쟁력과 상품 차별화 여부에 따라 판매 편차가 커지면서 상품가짓수(SKU, Stock Keeping Unit)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흐름은 최근 롯데웰푸드가 추진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과 맞물려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저수익 SKU를 정리하고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장에서도 소비가 일부 인기 제품으로 쏠리면서 생산 효율과 원가 구조 개선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 소비 집중이 만든 기회, 빼빼로 ‘수출 엔진’ 역할 톡톡
특히 롯데웰푸드가 ‘빼빼로’를 대표 주력 품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핵심 브랜드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실제 빼빼로는 해외 시장에서 매출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며 롯데웰푸드의 대표 수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롯데웰푸드의 수출은 24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했고, 빼빼로는 이 가운데 40%를 차지하며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빼빼로 수출 증가세는 전체 수출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빼빼로 수출 규모는 2020년 290억 원에서 지난해 870억 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의 빼빼로 성장세를 두고 신 회장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 전략'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회장은 202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에서 빼빼로를 글로벌 매출 1조 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물론 롯데웰푸드의 연간 매출 규모가 내수·수출을 합쳐 2500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1조 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전략이 단순히 ‘핵심 제품군 육성’에 방점을 둔 선언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치로 성과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관련 업계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롯데웰푸드는 이 장기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생산능력(CAPA)’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생산라인을 모두 돌려도 연간 매출 5천억 원 내외 규모에 그치는 상황으로, 해외 생산기지 확대와 글로벌 유통망 강화 등 물리적 성장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웰푸드가 인도 하리아나 지역에 빼빼로 공장을 증설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판단과 궤를 같이한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이 공장에 330억 원을 투자해 빼빼로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빼빼로가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브랜드라고 판단하고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을 인도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이자, 동시에 생산능력(CAPA) 확대 전략의 출발점 평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이번 설비 투자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해외 생산기지를 추가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략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빼빼로를 비롯한 건과 부분의 인도 생산라인 증설로 생산 규모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 성장을 기대한다”고 바라봤고,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국가에 해당하는 인도에서 채널 커버리지 확대를 통해 매출이 그게 증가한 점이 고무적이다”고 분석했다.
◆ ‘빼빼로데이’에서 K아이돌까지, ‘문화 수출’ 전략 강화
생산 능력 확보와 더불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글로벌 확장 전략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꼽힌다. 롯데웰푸드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빼빼로데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정 제품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로 자리 잡을 경우, 매년 반복되는 고정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빼빼로데이 마케팅은 1990년대 시작된 이후 30년 가까이 국내에서 대중적 기념일로 자리 잡으며 매출 효과를 입증해왔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매년 빼빼로데이 두 달 전부터 급증하는 빼빼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사실상 풀가동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 시기에 연간 내수 매출의 절반가량이 발생한다.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과제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빼빼로데이’를 자연스렙게 인식시키기 위한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11월11일이 모든 참전용사를 기리는 연방 공휴일인 ‘재향군인의 날’인 점을 고려해, 빼빼로 관련 행사와 함께 참전용사초청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현지 문화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빼빼로의 주요 타깃 소비층이 K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로 형성돼 있는 만큼, 글로벌 인기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인기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를 빼빼로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한 뒤 국가별 판매나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는 스트레이 키즈와 진행한 빼빼로 글로벌 캠페인 영상이 누적 조회수 1억6천만 회를 기록하며 2024년 캠페인 콘텐츠의 조회 수보다 4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도 이러한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글로벌 앰배서더로 재계약한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스트레이 키즈를 앰배서더로 기용한 이후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성과가 개선된 만큼, 재계약 이후 2분기 글로벌 마케팅 효과도 이어질 전망이다"고 바라봤다.
◆ 수익성 개선 기대 속 ‘투자부담’, 남은 숙제는 ‘현금 창출력’
이러한 빼빼로의 성장세와 함께 핵심 브랜드 집중 전략은 점차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저수익 SKU 정리 전략과 맞물리면서 수익성 개선 흐름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롯데웰푸드의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력보다 설비·투자의 지출 증가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빼빼로를 비롯한 핵심 브랜드 생산설비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형자산 투자(CAPEX) 규모는 지난해 기준 3460억 원 수준으로, 증권업계는 올해 역시 341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마이너스 740억 원으로 돌아섰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잉여현금흐름 감소의 주요 원인은 국내 천안공장과 해외 인도 푸네 신공장, 빼빼로 생산라인 증설 등 국내외에서 중장기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며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고려해 안정적 투자 집행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계획을 조정하고 있으며, 자금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