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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간밤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 주택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2.8.9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간밤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 주택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2.8.9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재균(38)씨는 자신의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리창으로만 내부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8일밤 내린 폭우로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로 식당 천장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식당 내부는 냉장고와 테이블이 쓰러져 난장판이었다. 박씨는 “코로나19 겨우 이겨내고 이제 장사를 시작해 보려는데 이렇게 됐다”며 “주방 가마솥과 냉장고는 물론 도배에 전기공사까지 다 새로 해야 한다. 복구까지 20일이 걸린다는데 막막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8일밤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가 9일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저지대에 위치한 서울 시내 시장 상인들과 지하상가의 자영업자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9일 오전 폭우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입구 모습. 계단 턱 위에 세워진 약국(오른쪽)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저지대에 위치한 약국(왼쪽)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장예지 기자
9일 오전 폭우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입구 모습. 계단 턱 위에 세워진 약국(오른쪽)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저지대에 위치한 약국(왼쪽)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장예지 기자

이날 오전 <한겨레>가 찾은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 일대 상인들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물에 잔뜩 젖은 물건과 고장난 집기를 흙탕물 속에서 끄집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전날 시간당 130mm의 비가 내렸던 동작구의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은 슬리퍼나 장화를 신고 앞치마와 고무장갑만 낀 채 빗자루와 맨손으로 빗물에 휩쓸려간 상품들을 끌어모았다. 양문형 냉동고와 주방 싱크대 등 무거운 물건을 여럿이 힘을 합해 밖으로 꺼냈다. 야외에 둔 편의점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떠밀려 시장 골목 한가운데 떠 있어 다시 끌어오는 데 애를 먹었다고도 한다. 골목 바닥에는 이제는 버릴 수밖에 없는 생선과 약병 더미, 반찬부터 뜯어진 장판 등 쓰레기들이 뒤엉켜 있었다. 여전히 지하에 찬 물은 다 빼내지 못하고, 가까스로 설치한 펌프 호스로 물을 빼내고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두표(75)씨는 “여기서만 35년을 장사하면서 큰 홍수를 4번 겪었는데 이번에 입은 피해가 가장 심하다. 어젯밤 8시부터 음식 재료에 포장 용기들을 꺼내기 시작해 밤을 새웠지만 소용이 없다. 앞으로 10일은 장사를 못 할 것 같은데 화재보험만 들어 보상도 못 받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날(8일) 폭우로 침수돼 폐기될 수밖에 없는 식자재들. 장예지 기자
전날(8일) 폭우로 침수돼 폐기될 수밖에 없는 식자재들. 장예지 기자

시장 안에서도 저지대나 반지하에 위치한 가게들이 밀집한 골목의 피해가 극심했다. 2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한 김조현(42)씨는 “이 일대가 저지대라 비 피해를 종종 입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다. 한 달 전 보도블록 공사를 한 뒤 물이 더 안 빠져 구청에 민원도 냈는데 이렇게 됐다. 대구, 오징어, 고등어 모두 다 폐기할 수밖에 없다. 새벽 3시까지 물이 차오르더라. 전기공사도 밀려서 일주일 뒤에야 가능하다고 들었다. 처참하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지자체 등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악전고투하는 상황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순댓국집 사장 박씨는 “어제 저녁 6시부터 비 때문에 손님들을 내보낸 뒤 물살이 거세져 우리도 급히 빠져나왔다. 미리 대피 안내를 받았더라면 물막이판도 설치하고 대비를 했을텐데 몸만 겨우 나왔다”며 “어제부터 구청에 전화해봤지만 안됐고, 119도 몇 시간 먹통이었다”고 전했다. 소머리국밥 등을 파는 김순옥(61)씨도 “전날 생활체육관에서 대피하다가 오늘 새벽부터 구청, 주민센터를 다 갔는데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 객지에서 서울로 와 혼자 식당을 하는데, 떠밀려온 냉장고를 혼자 움직일 수도 없어 결국 강원도 속초에서 가족이 올라와 도와주기로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하에 물이 가득 차 여기저기서 구한 펌프 호스로 물을 빼내고 있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마트 지하 창고. 전날 밤부터 물을 빼고 있지만 천장 가까이 물이 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장주영씨는 “100평 크기 공간에 냉동·냉장고와 각종 상품들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쓸 것 같다. 소방 호스라도 빌려보려고 했지만 연락도 되지 않아 아는 사람들에게 호스를 구해 물을 빼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장예지 기자
지하에 물이 가득 차 여기저기서 구한 펌프 호스로 물을 빼내고 있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마트 지하 창고. 전날 밤부터 물을 빼고 있지만 천장 가까이 물이 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장주영씨는 “100평 크기 공간에 냉동·냉장고와 각종 상품들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쓸 것 같다. 소방 호스라도 빌려보려고 했지만 연락도 되지 않아 아는 사람들에게 호스를 구해 물을 빼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장예지 기자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일대도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아수라장이었다. 서울에서 동작구 다음으로 강우량이 가장 많았던 서초구는 특히 진흥아파트 일대 피해가 심각했다. 진흥아파트 단지 주변의 진흥종합상가는 이날 아침부터 가게 주인들이 나와 물에 젖은 물건과 바닥을 정리하고 있었다. 진흥종합상가는 지하1층, 지상3층으로 이뤄진 상가 건물이다. 이곳은 점포마다 평균 19.8㎡(6평) 안팎의 수선집이나 부동산, 철물점 등 층별로 40여개의 작은 가게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물을 퍼내는 상가 주인들의 입에선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1층에 입점한 편의점 가게 점원들은 젖은 물건을 바깥으로 빼놓고 (상품 가치가 없는) 물건을 폐기하고 있었다. 상가 내 한 점포를 운영하는 임건우(58)씨는 “마침 점포를 정리하고 난 퇴근길에 비가 내려서 대응을 못했다”며 “아직 (침수) 상황을 모르는 가게 주인들도 많다. 상가에 주차된 차량도 전부 침수됐다”고 했다.

전날 폭우로 종아리까지 물이 차올랐던 지상 1층 상가는 오전 10시30분께 물이 대부분 빠졌지만, 지하는 사람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빗물이 가득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50대 주인은 “제품들이 물에 젖어서 피해가 막심하다. 지하에도 창고가 있는데 그쪽은 아예 건들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상가 점포 주인들은 이러한 침수는 2011년 폭우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하에 점포가 있는 40대 후반의 박아무개씨는 “일단 소방서에서 물을 빼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우면산 산사태 이후 서초구에서 (배수 시설 등을) 해결하기로 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냐”고 했다.

 

한겨레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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