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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 사태를 맞아 유럽이 동(東)과 서(西)로 찢겨졌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인구와 경제사정 등에 따라 난민 수용 규모를 할당하려는 계획은 동유럽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왜 독일은 난민에 관대하고 동유럽은 적대적인가

9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의원들이 "난민 환영", "유럽 요새화 반대"라고 쓰인 포스터를 들고 서 있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2004년 이후 EU에 신규 가입한 나라들은 자국에 할당된 난민 수가 상대적으로 미미한데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반면 기존 EU 회원국 즉, 서유럽 국가들은 할당을 통한 분산수용 방침을 받아들이는 한편 독일은 이와 별개로 자발적으로 엄청난 수의 난민을 받고 있다.

물론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에도 난민이나 외국인 이주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외국인 증오 표현을 내뱉는 극우파도 늘어나고 있고 난민촌에 방화하는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동유럽 국가에서도 난민을 환영하고 돕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전 체코 대통령이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을 벌이자 수만 명이 청원서에 서명했다.

폴란드에서도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를 비롯해 자택에 난민을 받아들이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도 있으며 구호 성금도 쌓이고 있다.

그럼에도 동·서 간의 차이는 뚜렷하다. 서유럽에선 난민 환영 시위가 여전히 극우파들의 시위를 압도하지만 동유럽에선 그 반대다.

독일 내에서도 옛 서독지역에 비해 외국인 이주민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은 옛 동독지역의 외국인 이주 반대 정서가 강하고 증오범죄가 월등하게 많다.

동서 간 차이의 이유는 뭘까?

◇ 독일의 난민 환대는 인구구조 때문? = 전문가들은 독일의 난민 환대 이유로 우선 인구구조를 든다. 경제적 동기가 가장 크다는 주장이다.

출산율 감소로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이주자가 노동력 부족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1~2011년 사이 10년 동안 독일 인구는 1.6% 감소했다.

출산율 저하가 주원인이며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감소추세는 지속 또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통계청은 현재 8천100만 명인 독일 인구가 2060년엔 7천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전체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연령자(20~60세)의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년 동안 독일 국민의 평균연령이 45세로 8세 높아졌으며 2060년엔 8명 중 한 명이 80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에 난민 할당량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영국의 경우 2001~20011년 사이 인구가 7% 늘었다.

영국은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이 1.8명으로 높은 편인데다, 노령화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국민 평균연령은 40세로 독일보다 5세나 낮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일부 유럽국가가 왜 난민신청자를 사랑하는지를 이러한 인구증감을 나타낸 유럽 지도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독일 내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늙어가는 독일'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노령연금 등 사회복지를 유지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선 대폭의 이민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지적돼 왔다.

물론 독일의 난민 환대에 단순한 경제적 동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치 치하 잘못을 반성하는 역사의식과 관용정신, 인도주의 존중을 뒷받침해온 교육과 정치제도, 강력하고 안정적인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끝없이 막말 논란을 빚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역사인식'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왜 독일은 난민에 관대하고 동유럽은 적대적인가

◇ 동유럽은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편협? = 그러나 동구권의 경우 인구와 노동력이 난민 반대의 중요 이유가 아니다.

라트비아나 리투아니아 등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인구가 무려 10~12.5%나 감소했다.

종교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동유럽국가가 난민을 거부하는 이유는 일자리나 복지를 잃을까 봐 우려해서가 아니고 "그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슬로바키아는 향후 2년간 수백명의 '진짜 난민만, 그것도 기독교인만' 받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헝가리 총리는 "크리스천의 유럽을 지키기 위해 (대부분 무슬림인) 난민을 거부한다"고 까지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무슬림 인구 비중은 7.5%, 5.8%, 4.8%다. 반면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는 0.1% 미만이고 슬로바키아는 0.2% 수준에 불과하다.

동유럽 국가는 대체로 종교적, 인종적 동질성도 서유럽에 비해 강하다. 예컨대 폴란드 국민의 98%가 백인이고, 94%가 가톨릭 신자다.

다른 대륙에서 온, 인종과 종교도 판이한 중동·아프리카 난민의 유입은 이들에겐 문화적 충격일 수 있다.

더구나 공산독재 치하에서 다양성과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고 아직 그 영향이 남아 있어 그만큼 폐쇄적이고 배타적일 수 있다.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유럽 사람들의 박탈감과 EU 가입으로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경제상황에 실망, 서유럽 주도의 유럽통합에 반감을 느끼는 점도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바웬사는 "폴란드가 공산주의로부터 벗어난 지 25년 밖에 안됐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 "봉급과 주택이 서유럽에 비해 작은 이곳에선 많은 사람이 이민자들과 나눌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아 언론인 이반 크라스테브는 미국 인터넷매체 슬레이트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동유럽인이 EU 가입은 번영의 시작이자 위기의 끝으로 생각했으나 그 희망이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마르친 자보르브스키 부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동유럽인들은 남을 지배한 식민주의 역사가 없으며, 서유럽 국가들처럼 옛 식민지 국가의 내정에 개입하지 않아 난민을 책임질 의무나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만연한 부패와 정실인사 등의 문제를 가리기 위해 사회적 소수자를 공격하고 편협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 이를 선동하는 정치인들이 더욱 강경한 난민정책을 낳게 하고 있다.

◇ "배경은 알겠지만, 면죄되는 건 아니다" = 지난 14일 EU 내무장관회의에서 12만 난민 추가 할당 제안이 거부되자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회원국들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특히 독일 부총리는 "유럽이 다시 한 번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켰다. 유럽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비난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EU 기금의 혜택를 누리면서도 난민 수용의 짐은 나누지 않으려는 회원국들에 대한 기금 지원 여부를 논의하자고 압박했다.

15일엔 난민 입국을 전면차단한 헝가리의 국경검문소에서 경찰이 난동을 부리는 난민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충돌, 부상자가 발생하고 아이 안은 여성과 어린이 등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난민들이 다뤄지는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용납되지 않을 일"이라면서 난민 인권을 존중하라고 헝가리 당국에 거듭 촉구했다.

NYT는 16일자호에 '동유럽의 기억력 부족' 제하의 사설을 싣고 25년 전 소련에서 해방된 중동부 유럽인들의 난민 할당 반대에는 그럴만한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비판했다.

NYT는 일부 동유럽 국가들의 비극적인 대응은 그들 자신이 이웃의 포용 덕에 풍성한 혜택을 누린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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