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무뎌졌다 | 고현철 교수를 애도하며
ⓒ연합뉴스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일이다. 그새 유서를 여러 번 읽었는데 늘 먹먹하게 남는 단어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무뎌졌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 모두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에 무뎌졌고, 그것에 저항하는 모습에도 무뎌졌다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선 지가 오래다. 사람들 핸드폰과 컴퓨터로 헤집고 다닌단다. 그래도 "별일 없이 산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절규를 들어도 무뎌졌고, 고공농성을 200일 넘게 해도 "또 그러는구나" 했다. 공장 굴뚝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하루 100만원씩 벌금을 때리는 법원에 "굴뚝이 상하는 것도 아닌데 뭐 이런 판결이 다 있나" 하고 분노했지만 10분 뒤 일상으로 돌아갔다. 밀양에선 할머니들이 쇠줄을 목에 걸고 몇 년을 싸웠지만, <밀양을 살다> 한번 읽으며 가슴 저미고 끝났다. 배가 침몰해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죽는 참사가 일어나니 겨우 몇 달 마음이 심하게 아렸다. 진상조사위원회 법안이 누더기가 되고 예산과 인력이 없어 활동을 못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혀를 끌끌 차지만, 그즈음 일주년 집회에 나가본 것이 다였다. 무뎌진 것이다. 그러고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판교에선 환풍구가 꺼졌고, 의정부에선 큰불이 났고, 메르스로 임종도 못하고 죽은 이가 수십명이고, 추자도에선 배가 또 뒤집어졌다. 다 인재지만, 정해진 회의에 들어가고 수업에 들어갔다.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다 느끼고 살 수는 없어서 무뎌져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이러하니 살처분한 수백만 동물이며 녹조 가득한 강물까지 깊이 신경쓰긴 너무 어려웠다.

이렇게 무뎌진 세상에서 조용히 푹푹 썩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대학이다. 교육부가 대학을 처음 주물럭거릴 땐, 대학도 문제가 많으니 바뀌어야 하고 스스로 바꾸는 게 한참 더디니 교육부가 나선 것이 일면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돈으로 대학을 조리돌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사코 총장 직선제를 없애려 하고 간선제로 뽑아줘도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임용을 거부하는 걸 보면서 저의마저 의심스러워졌다. 하지만 많이 얻어맞다 보니 대학은 '매 맞는 아내'처럼 무뎌졌다. 그 무뎌짐에서 대학을 깨우려 고현철 교수는 몸을 던졌다. 생각해보면 해방 후 70년 동안 숱한 일들이 있었지만 교수가 투신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 처음이라는 놀라움조차 대학 밖으로는 그리 큰 파문을 던지진 못하는 듯하다. 대학이 바깥의 힘겨움에 그만큼 무뎠던 탓일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무뎌져 가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아프게 느껴져 다시 말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것이다. 고현철 교수의 부고를 접한 그날 신문에서 교육부 장관 전 보좌관이 석연찮은 학력으로도 교수에 임용되고 그즈음 비리로 물러났던 그 대학 총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했다는 기사를 읽는 건 참혹한 일이었다. 최근 강원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총장이 물러났다. 하지만 교육부 차관 출신이 총장으로 간 두 대학은 올해 가볍게 재정지원 제한에서 벗어났다. 이건 다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 맨 일에 불과한가? 그 가운데 한 대학은 한 해 만에 재정지원 제한에서 A등급으로 올라섰고, 다른 한 대학은 차관 출신 총장 취임 6개월 만에 '2014년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과 '세계로 프로젝트' 등 두 부문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는데, 이런 것이 대한민국 차관들의 탁월함을 입증하는 것일 뿐인가? 이런 일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너무 예민한 것이니 무뎌져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무뎌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꾸 무뎌지는 것, 그러다가 아예 무뎌지는 것, 그것이 죽음 아닌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2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 3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 4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 5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6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로 '무주공산' 부산 북구갑, '조국 vs 한동훈 빅매치설'에 '하정우 출마설'까지
  • 7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 8 국힘 서울 지지율 13%에 뿔난 배현진의 장동혁 사퇴 공개 요구, “애당심과 결단 기대한다”
  • 9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 10 "홍명보 나가" 김영광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새 사람 추천했다 : 수원 삼성 팬들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프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아버지 트럼프가 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는 무기 팔러 다닌다
    글로벌 아버지 트럼프가 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는 무기 팔러 다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뉴스&이슈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구원의 소망을 품고..."

  •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글로벌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답답해서, 불안해서, 심심해서?

  •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뉴스&이슈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3부리그? 4부리그?

  •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씨저널&경제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우리가 호구냐

  •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글로벌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라이프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자칫 피해 키울 수 있다

  • [허프 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보이스 [허프 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엔터테인먼트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악플 부대.

  •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엔터테인먼트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여기 있는 거 다 합쳐도?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