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 원작의 ‘아몬드’, 화제의 드라마를 각색한 ‘또! 오해영’, 인기 웹툰을 옮긴 ‘은밀하게 위대하게 – THE LAST’ 등 최근 공연 신을 채운 작품들이 보여주듯, 장르가 다른 작품 간의 크로스오버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1990년대를 산 이들이라면 심은하의 파란 눈을 기억할 거다.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 탄탄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1994년 드라마 ‘M’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심은하, 이창훈, 김지수가 출연한 드라마 ‘M’은 평균 시청률 38.6%, 최고 시청률 52.2%로 방영되던 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당대 미처 공공연하게 다뤄지지 못한 사회적 이슈를 겉으로 드러낸 것과 ‘메디컬 스릴러’라는 생소한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는 널 몰라’, ‘슬프도록 무서운’, ‘뭐를 원하는 거야?’ 등의 주제가는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심리 드라마
‘M’은 메디컬(Medical), 미스터리(Mystery), 맨(Man)의 ‘M’이다. 작품은 수상한 인체실험과 뜻밖의 살인사건, 그리고 복수를 따라간다. 소머즈 뇌과학 연구소장 ‘프럼박사’는 인간의 뇌를 초월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변형시키며 끊임없이 실험체를 만든다. 프럼박사의 실패한 실험체 ‘M’은, 똑같은 신세로 판명되어 폐기처분 되려는 ‘마리’의 몸에 영혼으로 깃들어 살아간다. 어느 날 프럼박사가 피살된다. 범인은 마리. 그녀가 돌연 어디선가 생겨난 믿을 수 없는 초인적인 힘으로 살인을 저지른 건 M의 각성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잠재된 상태로만 존재하던 M은 마리를 이용해 자신을 폐기하려던 프럼박사를 향한 복수를 실현한다.
복수심에 차오른 M. 뮤턴트로 돌아온 M을 소유하려는 프럼박사. 영혼을 잠식해나가는 M에 의해 깊이 고통받는 한편, 그의 슬픔과 한을 공감하고 끌어안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마리. 사랑하는 마리를 둘로부터 구출해내려 프럼박사가 숨겨온 비밀을 파헤치는 검사 ‘지석’까지. 이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진실과 관계성은 겹겹이 쌓여 관객에 강렬한 긴장감과 서스펜스 전한다.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
뮤지컬 ‘M’은 원작이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다. 드라마와는 다른 노선의 스토리라인으로 인물들의 면면을 돋보이게 하는 섬세한 캐릭터 해석을 해 관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서는 1인 2역이었던 주인공을 두 인물로 분리한 것이다. 드라마 ‘M’에서는 한 배우가 마리와 M을 연기했다. 마리의 또 다른 인격이었던 ‘주리’까지 하면 1인 3역이었던 셈이다. 공연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영혼 M과, 그를 품은 채 살아야만 했던 마리를 뚜렷이 독립시키는 것으로 각색됐다. 이 직관적이고 영리한 각색은 한 육체 속 두 심리의 간극을 강조해 몰입감을 더한다.
7인조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풍성한 사운드
스토리라인의 변주와 더불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M’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는 당연히 음악이다. 140분을 채우는 27개의 넘버는 서사의 흐름을 십분 담은 구성을 자랑한다. 캐릭터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할 감성적인 멜로디부터 강렬한 드라마를 표현하는 락킹한 사운드에 이르는데,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 바이올린, 첼로 7인조 라이브 밴드가 연주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이에 더해 섬세한 조명과 장면의 매력을 배가할 영상 등 공연예술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M 役 한지상 ⓒ빅오션이엔엠 제공
한지상, 정동화…
비밀의 세계로 초대할 13인의 캐스트
“난 너의 시작과 끝, 너의 어둠을 삼킨 나.” 자신이 살아갈 육체를 찾아 헤매던 이름 없는 생명, M은 뮤지컬계 대표 ‘믿보’ 배우 한지상과 정동화가 연기한다. “난 여기 있었죠. 가려진 기억의 조각에.” 사라진 기억을 찾아 돌아온 마리 역은 이한별과 김수진이 맡았다. “놓쳐버린 너의 손을 붙잡을 수 있다면.” 마리에게서 M을 꺼내려 하는 지석 역은 윤형렬과 박좌헌이 연기한다. “나는 벌을 받고 있어. 끔찍한 힘을 탐닉한 죄로.” M의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프럼박사 역은 심재현과 이현재가 연기한다. 이밖에 구담, 박근식, 김명주, 이경윤, 이재희가 앙상블로 출연하여 극을 빛낸다.
뮤지컬 ‘M’의 총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140분이다. 4월 3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인터파크 티켓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