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비가 말썽일 때는 프로도 어쩔 도리가 없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간판 선수인 곽윤기와 최민정은 스케이트 날 때문에 애를 먹었다.
곽윤기는 남자 5000m 계주 결승전에서 살짝 미끄러졌다. 두 번째 주자였던 곽윤기는 19바퀴를 남겨놓고 이준서에게 터치하기 직전 약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로 뒤에 있던 캐나다 선수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1위로 추월했다. 최종 순위는 캐나다, 대한민국, 이탈리아 순이었다.
5000m 계주 결승전에서 미끌한 곽윤기. ⓒKBS
경기가 끝나고 곽윤기는 유튜브 ‘꽉잡아윤기’ 라이브 방송에서 미끌했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곽윤기는 ”경기 중간쯤에 엄청 크게 삐끗한 적이 있다. 그 때 스케이트 날을 심하게 다쳤다. 스케이팅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날이 망가졌다”라고 말했다. 망가진 스케이트 날 때문에 추월을 시도하기도 어려웠다는 곽윤기는 ”왼발을 얼음판에 디디면 바나나를 밟은 것처럼 계속 미끌거렸다. 다 쏟지 못하고 나온 것 때문에 너무 분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 500m 준준결승에서 넘어져 탈락한 최민정도 곽윤기와 비슷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당시 최민정은 ”속도나 컨디션에는 크게 이상이 없고 준비도 잘했다. 빙질에는 크게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스케이트에 문제가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500m에서 넘어지면서 탈락한 최민정. 2022.2.7 ⓒ뉴스1
감독도 장비 전담 코치도 없는 대표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민정은 베이징올림픽 직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장비 전담 코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빙상연맹은 장비 전담 코치를 투입하지 않았다. 쇼트트랙 대표팀 최용구 지원단장은 연합뉴스에 “코치 3명과 장비 전담 코치 1명을 파견하는 안, 코치 4명을 파견하는 안 중 후자를 택했다. 코치들이 빙질과 선수 특성에 맞춰 날을 갈 능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 때와는 다른 선택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는 감독도 없고, 장비 전담 코치도 없다. 4명의 코치가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을 관리하며, 스케이트 날까지 직접 갈아주고 있다. 2018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감독와 변우옥 장비 전담 코치는 현재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소속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 기술코치, 변우옥 장비 전담 코치가 기뻐하고 있다. 2022.2.5 ⓒ뉴스1
한국 쇼트트랙의 레전드로 꼽히는 전이경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변우옥 장비 전담 코치를 언급하면서 ”사실 장비 코치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