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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1년 5개월 동안의 사건들을 다룬 회고록을 냈다.
(자료사진)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1년 5개월 동안의 사건들을 다룬 회고록을 냈다.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내가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폼페이오 국방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북미외교의) 성공확률은 제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인지 물었다.”

1년 5개월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발췌본이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을 통해 공개됐다.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이란, 우크라이나 등 미국의 주요 상대국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외교의 ‘속살’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그의 주관적 기억에 의존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여러 사람이 관여된 외교 무대에서 현직 대통령의 ‘치부’를 거짓으로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료사진) 존 볼턴은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폭로했다.
(자료사진) 존 볼턴은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폭로했다. ⓒASSOCIATED PRESS

 

■ “북미외교는 성공 확률 제로(0)다”…‘충복’들도 등 돌려

 

볼턴 전 보좌관이 미 언론에 공개한 본인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의 발췌본을 보면,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한 달 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외교를 평가 절하하며 ‘성공할 확률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인 2018년 7월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후 발언으로 추정된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하자, 미국 내에서는 “최악의 방북이었다”, “북한이 갖고 놀았다”는 평가 등이 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도중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에게 몰래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짓말쟁이”라고 적은 쪽지를 건넸다고 폭로했다.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들은 폼페이오가 “심장마비가 온다”고 경멸을 표시했고, 볼턴 전 보좌관도 “죽을 거 같았다”고 조롱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자처하는 참모들이 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의 세부 내용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싱가포르 회담을 ‘홍보행사’ 정도로 여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알맹이 없는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이 도시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수개월 동안 김정은 위원장에게 엘튼 존의 자필 사인이 담긴 <로켓맨> 시디(CD)를 전달하기 위해 매우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고, 엘튼 존의 동명 시디를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시디도 전달되지 못했다. 

(자료사진)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 일본. 2019년 6월29일.
(자료사진)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 일본. 2019년 6월29일. ⓒASSOCIATED PRESS

 

■ 중국과 앞에서는 싸우지만, 뒤에서는 재선 부탁?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나 중국의 경제력을 언급하며, (올 11월) 대선에서 지지 기반인 농민층의 표를 얻기 위해 중국이 대두와 밀을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의 폭로는 한발 더 나아간다.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300년간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기뻐했고, 몇분 뒤에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며 수위를 더 높였다고 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승부처 중 하나가 될 농업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살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화를 두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마음 속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섞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나는 백악관 재임 시절 트럼프의 주요 결정 가운데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존 볼턴은 
(자료사진) 존 볼턴은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 핀란드는 러시아 땅? 영국은 핵보유국? 트럼프의 빈약한 외교 지식

 

미·중 문제 외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무지도 볼턴의 회고록에 여럿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고,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인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미국, 소련에 이어 1952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핵보유국이 됐고,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외교를 지휘하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결정을 거의 내릴 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 150만명의 군중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권문제가 있지 않으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같은 달 중국 톈안먼 사건 30주년 추모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차원의 성명 발표를 거부하면서 “그건 15년 전의 일”이라는 부정확한 언급과 함께 “누가 그 일을 상관하느냐. 난 협상을 하려고 한다. 다른 건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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