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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폭력, ‘괴물’은 누구일까 : 침묵의 방관자들
ⓒBetül Murat via Getty Images
스포츠계 폭력, ‘괴물’은 누구일까 : 침묵의 방관자들
ⓒhuffpost

엄마들은 조용히 문을 닫는다고 했다. 체육관 안쪽에서 “퍽”, “퍽” 소리가 나는데도, 아이들의 허벅지가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는 데도.

한 엄마는 말했다.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정신력이) 풀어졌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때는 ‘감독한테 이제 맞을 때가 됐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런 분위기면 체육관 문을 닫고 밖에 있어요.”

한 전직 아마추어 야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신인 드래프트 때 떨어지고 한 학부모가 돈뭉치를 들고 찾아왔었어요. 우리 아이 어떻게든 대학 야구부에 넣어달라고. 그 돈 돌려주면서 ‘차라리 이 돈으로 아이 유학 보내서 공부를 시키세요’라고 했더니 ‘당신 (로비)능력 없어 그런 것 아니냐’며 화를 내고 돌아가더군요. 그러다가 1주일 뒤엔가 다시 와서 ‘고맙다’고 말하던데요.” 프로 코치였다가 아마추어 감독을 했던 또 다른 지도자는 말했다. “부모들이 가끔 돈뭉치를 들고 와서 호주머니에 막무가내로 찔러줘요. 심판한테 로비할 때 쓰라고요. 당연히 돌려보냈죠.”  

아이의 운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운동선수’로 정해졌고 그 외의 길은 없다. “여기서 운동 관두면 뭐할 건데?”라는 계속된 물음은 지도자에 대한 어린 선수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운동이 아닌 다른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몸과 마음의 피멍을 잊게 하는 강력한 기제가 된다. 몇몇 프로 선수들이 아마추어 시절 코치나 선배에게 너무 맞아서 합숙소를 뛰쳐나왔다가도 끝내는 운동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던 이유도 “운동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였다. ‘선수’라는 ‘플랜 A’만 있고, 또 다른 ‘플랜 B’, ‘플랜 C’는 허락되지도, 스스로 준비하지도 못한 그들이었다.  플랜 B, 플랜 C 자체가 공포였는지도 모른다.  한 번 발을 집어넣으면 절대 중도에 뺄 수 없는 늪 같은 것, 그것이 현재의 아마추어 스포츠가 접한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분명한 것은 뿌리부터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공부하는 외국 운동선수’에 대해 썼다가 한 체육 교수에게서 거센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외국처럼 공부하면서 운동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메달을 못 딴다”고, “스파르타식으로 운동을 시켜야만 메달 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논리는 명확했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국가 보조금이 축소되고 그러면 관련 종목은 위기를 맞는다”고. 그는 “운동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성적까지 나지 않으면 어떻게 사느냐”고까지 했다. 지도자들은 정말 운동밖에 못하는 운동 기계를 만들고 싶은 것일까. 선과 후를 정말 잊을 것일까. 그다음은. 며칠 뒤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량 하락에 대해 “(옛날처럼) 맞지 않아서”라고 답한 한 해설위원의 말에 쓴맛을 다셨다.  

스포츠 선수에 대한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합숙소를 없앤다고 해도 성적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스포츠계 깊숙이 똬리를 튼 성적지상주의는 폭행도, 심지어 성폭력도 둔감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금메달에, 1등에 환호했던 우리 또한 가해자인지 모른다. 메달 뒤 아픔을 몰랐던, 혹은 모른 척 한 침묵의 방관자.

사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스포츠계는 봉합에만 급급했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질 때도, 폭행 사건이 터질 때도, 스포츠 관련 입시 비리가 터질 때도 그때뿐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단체 내 정적 제거에만 이용하는 등 개선 의지는 시한부로 꺾이면서 스포츠계는 신뢰를 잃었다. 스포츠가, 스포츠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과연 누구 탓일까.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도덕성마저 상실하게 된 작금의 현실은 누가 만들었을까. 누가 과연 더 ‘괴물’스러울까.  

다행히 요즘 사회는 달라졌다. 성적보다는 과정에 더 환호한다. 지금이 기회다. 아마추어 스포츠 교육 전반을 살필 수 있는. 더 이상 ‘괴물’은 보고 싶지 않다. ‘운동기계’도 마찬가지고.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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