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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를 잡아먹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안경원숭이. 공룡시대 초기 포유류가 간직하던 5가지 곤충 분해 효소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다.
메뚜기를 잡아먹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안경원숭이. 공룡시대 초기 포유류가 간직하던 5가지 곤충 분해 효소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다. ⓒ쿠엔틴 마르티네스

곤충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미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사람의 곤충 먹기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어서 이미 세계 20억 명이 1900종의 곤충을 먹는다고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다리 여섯 가축’으로 식량 위기 넘는다). 그러나 인류의 충식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고 깊은 진화 역사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스토퍼 에머링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박사과정생 등 미국과 프랑스 연구진이 포유류 107종의 유전체(게놈)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생대 공룡시대의 초기 포유류 때부터 곤충의 딱딱한 키틴질 겉껍질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키티나제)를 합성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단단한 탄화수소로 이뤄진 키틴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합성하는 유전자는 모두 5가지로 밝혀졌다. 이들은 현재도 사람을 포함해 곤충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호랑이나 물범 등 포유류의 유전자에 일부 또는 전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머링은 “사람이든 개, 고양이, 말, 소 할 것 없이 모두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발밑을 뛰어다니던 곤충을 먹고 살던 작은 포유류가 남긴 흔적을 자기 게놈 안에 간직하고 있음이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공룡시대 초기 포유류의 상상도. 곤충 먹기에 적합한 이를 진화시켰다. 
공룡시대 초기 포유류의 상상도. 곤충 먹기에 적합한 이를 진화시켰다.  ⓒ칼뷰엘

6600만년 전 공룡시대가 끝나자 그때까지 숨죽여 지내던 포유류 조상이 생태계 빈자리로 대거 확산해 나갔다는 가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포유류의 적응방산이 아직 공룡이 지배하던 시기에 이뤄졌다는 분자생물학에 기초한 주장이 있는가 하면, 초기 포유류의 이 화석 형태를 분석해 공룡의 대량멸종 이후 포유류가 다양화했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뒤 가설을 뒷받침한다.

연구자들은 공룡시대 동안 초기 포유류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공룡과 브론토사우루스 같은 초식공룡을 피해 밤중에 곤충을 잡아먹는 작은 동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곤충의 단단한 겉껍질을 소화하는 효소는 필수였는데, 키티나제는 소화관뿐 아니라 침샘, 췌장, 폐 등에서도 분비했다.

포유류 가운데 곤충을 먹는 비중이 클수록 다양한 키티나제 합성 유전자를 보유한다. 무화과 나무에서 메뚜기를 먹는 안경원숭이.
포유류 가운데 곤충을 먹는 비중이 클수록 다양한 키티나제 합성 유전자를 보유한다. 무화과 나무에서 메뚜기를 먹는 안경원숭이. ⓒ쿠엔틴 마르티네스

사람은 4가지 ‘곤충 분해 효소’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 가지만 쓰이고 나머지는 기능 정지 상태로 간직돼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곤충이 식단의 80∼100%를 차지하는 포유류는 이들 5가지 유전자가 모두 활성화했다.

개미핥기, 땅돼지, 아르마딜로는 그런 예이다. 유인원 가운데는 유일하게 동남아 열대우림에 사는 안경원숭이가 모든 유전자를 갖췄다. 흥미롭게도 충식 전문인 천산갑은 곤충 분해 유전자가 하나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천산갑의 조상이 공룡 멸종 직후 육식성으로 진화해 곤충 분해 유전자를 대부분 잃었다가 나중에 다시 충식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사람을 포함해 많은 포유동물이 보유하는 유사유전자 형태의 ‘게놈 화석’은 과거 곤충을 먹이로 했던 시대의 분자기록”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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