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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은 24시간 내내 소속사의 감시를 받는다

“또래처럼 휴대폰으로 게임도 해?”

“저 휴대폰 없는데….”

“아니 왜? 한창 갖고 싶을 나이인데.”

“중학교 때 아빠가 몰래 사주신 적이 있는데 매니저한테 걸려서…. 매니저가 그걸 던져서 깨버렸어요. 그때 휴대폰은 내가 가지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차 만났던 한 배우와 오간 대화다. 당시 그는 고등학생이었다.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에 휴대전화가 없다는 것보다 이에 순응한 듯한 반응이 더 놀라웠다. “처음에는 왜 이것도 못 하게 하나 화도 났는데, 반복되다 보니 이게 내 팔자인가 보다 해요. 전 그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럼 제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을 테니까.”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한 그는 중학교 때까지 연기를 제대로 못하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하면 매니저한테 맞기도 했단다. 당시 그의 매니저는 이를 “연기 잘하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저지르는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과도한 다이어트, 휴대전화 압수, 사생활 감시 등은 기본이고, 드물지만 체벌도 일어난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 청소년 연예인에 대한 학습권,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한때 인권침해 해소를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한류 열풍으로 ‘별’을 좇는 이들이 늘어난 최근에는 기획사들의 행위가 ‘한국 스타 양성의 비결’처럼 인식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논란의 핵심은 ‘사생활 감시’다. 한국 연예인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이후까지 기획사의 촘촘한 통제를 받는다. 특히 미성년자가 많은 아이돌을 한 숙소에 몰아넣는 강제 단체생활이 출발점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활동하는 데뷔 5년차 미만 아이돌은 대부분 단체생활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데뷔와 동시에 숙소생활을 했지만, 요즘은 연습생 시절부터 숙소생활을 하는 추세다. 가수 현아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숙소생활을 했다”고 했다. 집이 멀거나, 자의에 의해 숙소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기획사의 엄격한 규칙에 따른다. 가수 도희는 방송에서 “처음에는 단체생활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데뷔하려면 그도 회사의 규칙을 따라야 했다.

숙소생활은 철저히 기획사의 관리자 마인드에 따라 이뤄진다. 매니저가 함께 살며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한다. 숙소 현관에 시시티브이를 달아놓기도 한다. 집 앞에 나갈 때도 매니저와 함께 다녀야 하고, 혼자서 밖에 나가서도 안 된다. 돌아보면 숙소생활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아이돌 출신의 한 배우도 “스케줄이 없을 때는 집에서 꼼짝 못하고, 스케줄이 끝나고 들어와도 계속 숙소에만 있어야 해서 답답했다”며 “가끔 매니저 몰래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혼난 적도 많다”고 했다. 한국보다 일찍 아이돌 문화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행태다. 한 일본 아이돌그룹의 멤버는 “한국 아이돌들이 한 숙소에서 생활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 아이돌은 24시간 내내 소속사의 감시를 받는다

숙소생활로 시작된 기획사의 통제는 휴대전화 사용 금지, 연애 금지 등으로 이어진다. 한 걸그룹 관계자는 “연애는 당연히 금지다. 휴대폰이나 아이패드, 아이팟 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계도 금지다. 숙소에 티브이가 없는 곳도 있다”고 했다. 걸그룹 ‘여자친구’와 ‘우주소녀’는 방송에서 “휴대폰이 없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트와이스’ 나연은 방송에서 “연애 금지가 3년”이라고 했다. 한창 성장할 시기의 아이들을 가둬놓고 먹는 것을 감시하기도 한다. 설현은 방송에서 “데뷔를 앞두고 매일 아침저녁 몸무게 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한 걸그룹 멤버는 “식사와 연애를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 평범한 직업이 부럽다”고 했다.

지난 1월 일본에서는 아이돌 가수의 ‘연애 금지 계약’을 둘러싸고 “행복추구의 자유를 현저히 제한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도쿄지방재판소는 팬과 교제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상대로 소속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연예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에서는 2013년 청소년 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는 등 연예인의 인권 침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주로 선정성의 측면에서 주목한다. 휴대폰 압수, 강제 숙소 생활 등 의도하지 않은 통제와 감시를 받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은 부족하다.

한국 아이돌은 24시간 내내 소속사의 감시를 받는다

기획사들도 이런 통제가 “다 멤버들을 잘되게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바쁜 스케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어렵게 데뷔한 이들이 불미스런 상황에 휘말리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품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속내가 더 크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휴대폰을 압수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이성 연예인의 대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열애설이라도 나면 광고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기도 한다. 데뷔시키려고 많은 돈을 들였는데 문제가 불거지면 기획사는 큰 타격”이라고 했다. 보통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까지 드는 총 비용은 한 명당 약 2억원에 이른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중요한 시기를 전방위적 감시와 통제 속에 보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터넷은 물론 티브이 시청도 금지된 한 10대 걸그룹 멤버는 최근 유행어 등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예능 피디는 “일상적인 친구관계도 맺지 못하고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모습이 걱정스럽다. 걸그룹 사이 따돌림이나 갈등 등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는 것도 통제만 받다 보니 관계맺기에 무지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사회화 과정을 겪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뿌리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도 많다. 어릴 때 데뷔해 지금은 중견이 된 한 여성 연예인은 “매니저가 다 해줬기 때문에 한때 활동을 접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통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연습생 때부터 휴대전화도 개인 소지하고 연애금지령도 없었다. 방탄소년단 기획사는 “금지하지 않아도 꿈을 이루려고 스스로 잘 관리하더라”고 했다. 데뷔 2년 전부터 함께 숙소생활을 하며 연습생 시절을 보낸 피에스타도 숙소생활을 하지 않는 요즘 오히려 멤버들끼리 더 잘 뭉친다고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시티브이 등 준감금 수준 감시나 강압적인 사생활 침해는 반인권적이다. 한류의 중심에 선 만큼, 한국 스타 시스템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과도한 통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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