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백화점 사업의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사업별 과제가 뚜렷한 신세계인터내셔날에는 조직 변화를 준 것으로 요약된다.
백화점 부문은 주요 경영진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패션과 화장품은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에게 맡겼다. 사업 전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패션·뷰티의 경쟁력을 별도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왼쪽부터)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 대표, 허민호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 대표 겸 신세계까사 대표.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23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패션 부문 대표이사 겸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허민호 전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를 신세계까사 대표 겸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디에프,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주요 계열사는 기존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백화점 사업의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경영진 교체보다는 사업별 전문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둔 인사다.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65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7% 증가했다. 백화점 사업의 성장과 계열사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유지한 배경에는 기존 경영 체제에서 나타난 실적 개선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인사에서 패션과 화장품 사업을 분리해 각 부문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김덕주 대표는 패션 부문을 맡아 패션사업을 이끌고, 허민호 대표는 신세계까사 대표를 겸하면서 코스메틱 부문을 담당한다.
기존에는 패션 부문과 뷰티·라이프 부문을 나눠 운영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조직을 패션과 화장품 부문으로 재편하고 각각 별도의 대표를 두는 체제로 바꿨다.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김덕주 대표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럭셔리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패션·뷰티 전문가다. 유니레버코리아와 마스코리아, 샤넬코리아를 거쳐 2017년 신세계에 합류했다. 그 뒤 럭셔리패션과 코스메틱 사업을 두루 맡았고, 2023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을 지냈다. 2025년 9월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와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이번 인사에서는 패션 부문 대표로 역할을 구체화했다.
김 대표가 맡은 패션 부문은 자체 브랜드 경쟁력 회복과 해외 시장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과 자체 패션 브랜드를 함께 운영해 왔다. 수입 브랜드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스튜디오톰보이와 보브 등 자체 브랜드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 사업 부문을 분리한 만큼 김 대표에게는 패션사업의 실적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책임이 한층 분명해졌다.
화장품 부문에는 외부에서 허민호 대표를 영입했다. 허 대표는 1989년 신세계에 입사한 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동화면세점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8년 CJ올리브영 대표이사에 올라 약 10여년 동안 회사를 이끌며 헬스앤뷰티(H&B) 전문점으로의 성장과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이후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TV홈쇼핑과 온라인몰을 통합한 CJ온스타일 출범 등 유통 채널의 변화를 주도했다. 2025년 3월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올해 9월 사임한 뒤 신세계그룹에 합류했다.
허 대표는 신세계까사 대표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대표를 겸임한다. 리빙 사업과 화장품 사업을 함께 맡게 된 만큼 두 회사의 경영을 각각 안정시키는 동시에 사업별 전문성을 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은 연작·비디비치·어뮤즈 등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고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반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수입 브랜드 유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브랜드의 매출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