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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의 성장과 SSG닷컴의 실적 회복을 위해 경영 책임 구조를 다시 짰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고, 김홍극 대표에게는 이마트와 SSG닷컴의 운영을 함께 맡겼다. 지난해 9월 SSG닷컴 대표에 오른 최택원 전 대표는 약 1년 만에 그룹 경영지원총괄로 이동했다. 매출 회복과 적자 축소가 시급한 상황에서 유통사업의 실무 책임을 김 대표에게 모으고, 최 전 대표는 그룹 관리 기능을 맡도록 했다.

이번 인사는 누구에게 실적 회복을 맡기고 그룹 관리 기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정 회장의 선택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신세계TV쇼핑의 흑자 전환과 신세계까사의 수익성 개선을 경험했지만, 두 회사의 경영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최 전 대표 역시 SSG닷컴에서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추진했으나 매출 감소를 되돌리지 못했다. 두 사람의 역할을 달리 배치한 배경과 이 선택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유통 실적 반등에 승부수 걸었다 : 김홍극 이마트·SSG닷컴 경영 통합 리더로 힘 싣고, SSG닷컴 이끌던 최택원 1년 만에 재배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돼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홍극 대표와 최택원 전 SSG닷컴 대표는 202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각각 이마트·SSG닷컴 경영 통합과 그룹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23일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주요 계열사 대표 교체와 함께 경영 책임을 재배분한 것이 특징이다. 정 회장의 이마트 대표 내정과 김 대표의 겸임으로 유통사업의 운영 책임을 집중했다. 최 대표를 경영전략실 경영지원총괄에 배치해 그룹 관리 기능도 재정비했다.

◆1년 만에 바뀐 SSG닷컴 수장, 실적 회복 책임은 김홍극에게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 전 SSG닷컴 대표의 이동 시점이다. 지난해 9월 SSG닷컴 대표에 선임된 그는 취임 1년여 만에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나 그룹 경영지원총괄을 맡는다. 최 대표는 이마트 물류·공급망관리(SCM)와 영업, 트레이더스 등을 거친 현장형 경영자다.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유통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SSG닷컴 수장에 올랐던 인물이다.

최 전 대표가 추진한 사업도 이런 과제에 맞춰져 있었다. 이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즉시배송 서비스 ‘바로퀵’을 확대하고, 상품과 배송, 멤버십을 연계해 온라인 장보기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 바로퀵은 2025년 9월19개 점포에서 시작해 올해 10월 90개 점포로 확대됐다. 오프라인 자산을 온라인 사업에 연결하는 작업은 진행됐지만, 실적 회복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SSG닷컴은 2025년 매출 1조3470억 원, 영업손실 1178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1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9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0억 원보다 줄었지만, 매출 감소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최 대표 재임 중 적자 폭이 일부 줄어든 점과 매출 회복이 여전히 과제로 남은 점을 함께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이동을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표 취임 후 1년여 만에 수장이 바뀌고, 이마트와 SSG닷컴의 운영 책임이 김 대표에게 모였다는 점은 정 회장이 SSG닷컴의 기존 사업 추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김 대표가 이마트까지 함께 맡게 되면서 SSG닷컴의 경쟁력 회복을 개별 플랫폼 차원의 과제가 아닌 온·오프라인 통합 과제로 다루게 됐다.

이런 변화는 SSG닷컴의 인적분할과 맞물려 정 회장 측 유통 계열사 간 결합을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SSG닷컴은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신설법인 신세계몰로 분리하고, 존속법인은 그로서리와 온라인 장보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접점이 큰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분리하는 한편, SSG닷컴의 사업 무게중심을 이마트의 상품·점포·물류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는 영역으로 옮긴 것이다.

정 회장이 SSG닷컴의 지배구조를 정리한 시점도 주목된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올해 8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했던 SSG닷컴 지분을 약 1조2711억 원에 인수했다. 이마트 지분율은 65.1%, 신세계 지분율은 34.9%로 높아졌다. 외부 투자자의 지분을 정리한 뒤 두 회사의 사업 연계와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김 대표에게 이마트와 SSG닷컴을 함께 맡긴 것은 소유구조 정비에 이어 운영 단계의 통합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김홍극은 왜 선택됐나, 상품·영업과 수익성 개선 경험

김 대표의 이력은 이번 인사에서 맡은 역할과 맞닿아 있다.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한 그는 이마트 가전문화담당과 상품본부장 등을 거쳤다. 피코크와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 상품과 전문점 사업을 경험한 상품기획·영업 전문가다. 그 뒤 신세계TV쇼핑과 신세계까사 대표를 맡으며 수익성 개선 과제도 수행했다.

신세계TV쇼핑 대표 시절에는 적자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회사는 2019년 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0년 25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상품 차별화와 비용 효율화, 물류 개선을 추진한 경험이 성과로 이어졌다.

2022년 11월 신세계까사 대표로 이동한 뒤에는 외형 확대보다 운영 효율화에 무게를 뒀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하고 노후 매장을 재단장하는 등 비용 구조를 손봤다. 신세계까사는 2024년 매출 2695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을 기록해 인수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그러나 2025년에는 매출이 2470억 원으로 8.3% 감소했고 영업손실 50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김 대표의 이력에는 적자 계열사의 실적 개선 경험과 함께 수익성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사례도 담겨 있다. 단기간의 반등보다 본업의 경쟁력을 다지고 이익 구조를 안정화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마트와 SSG닷컴에도 같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본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점포와 물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SSG닷컴은 매출 감소를 막고 적자를 줄여야 한다. 두 회사의 상품 조달과 재고, 배송 체계를 연결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 유입과 구매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 김 대표는 상품과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 수익성 개선 경험을 바탕으로 두 과제를 함께 책임지게 됐다.

◆정용진의 선택에 담긴 과제, 직접 경영과 실무 책임의 배분

정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마주한 과제는 핵심 유통 계열사의 실적 회복과 그룹 차원의 관리 체계를 함께 정비하는 일이다. 정 회장은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돼 경영에 직접 참여한다. 김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의 운영을 함께 맡는다. 최 전 대표는 경영전략실 경영지원총괄로 이동해 인사와 감사를 담당한다. 주요 계열사의 운영과 그룹 관리 기능에 각각 책임자를 배치한 셈이다.

최 전 대표의 이동은 이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띈다. 그는 SSG닷컴 대표로서 이마트 점포를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바로퀵 확대 등 온·오프라인 연계 기반을 넓혔다. 그러나 매출 감소와 적자라는 과제는 남았다. 그룹은 최 전 대표를 계열사 대표로 계속 두는 대신 관리 기능을 맡겼고, 두 회사의 운영 책임은 김 대표에게 집중했다. 그 배경이 무엇이든 이번 인사로 책임 배분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그룹 경영전략실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대신 최 전 대표가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박승학 조선호텔앤리조트 레저사업부장이 대외협력본부장에 선임됐다. 전상진 경영총괄은 유임됐다. 컨트롤타워 수장을 새로 임명하기보다 인사·감사와 대외협력 등 기능별 책임자를 배치한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 36명을 발탁했고, 40대 임원 비중을 18%로 높였다. 그룹은 성과와 실력을 인사 기준으로 내세웠다. 다만 세대교체만으로는 이번 인사의 방향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정 회장이 이마트 경영에 직접 나서고, 김 대표에게 두 유통 계열사의 운영을 함께 맡겼으며, 최 전 대표를 그룹 관리 기능으로 이동시킨 변화가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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