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을 승자독식 구도로 바라보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AI 모델과 제조 기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객들이 2026년 7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AI) 컨퍼런스에서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의 '키미 K3;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 시각)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가중치가 공개돼 누구나 다운로드받아 직접 실행하거나 수정해 사용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문샷, 딥시크,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개방형 모델은 맞춤 설정이 쉽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AI 기업의 폐쇄형 모델이 더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하지만, 많은 기업이 일상적 업무를 처리할 때는 중국산 모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21일 "AI 패권을 쟁취하는 국가가 이기는 것이다"며 미국이 중국을 제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AI의 사용 금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금지 조치 검토 소식에 미국 기업 약 300곳이 강하게 반발하며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계의 시각과 달리 기업들 사이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AI 모델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AI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이유는 AI 관련 전략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중국 로봇 부품 기업 타산의 천진린 해외사업부 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산업에는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며 "미국 고객은 초기 단계부터 거창한 비전이나 목표를 갖고 있는 반면, 중국 고객은 제품이 단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할 수 있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간 수준의 다양한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을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반면 중국은 AGI 개발에 큰 비중을 두기보다 AI를 산업 현장과 정부, 일상생활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25년 'AI 플러스' 을 보완하며 AI를 경제·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접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과학기술, 정부 행정, 산업 등 6개 우선 분야에서 지능형 에이전트와 단말기의 도입률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에서 중국 경제와 AI 산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첸하오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국은 AI 모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모델과 하드웨어를 동등하게 중시하며 제조업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AI 제품의 시제품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다. 시험과 제품 개선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미국 기술 기업들이 중국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모건스탠리는 2025년 5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를 중국 공급업체를 통해 제작할 경우 재료비가 약 4만6천 달러(약 614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중국 외 공급망을 이용하면 비용이 약 13만2천 달러(약 1억7600만 원)로 늘어나 중국 공급망을 이용할 때보다 거의 3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AI 기업 영인만물의 카이푸 리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은 제조, 공급망, 저렴한 비용, 빠른 시장 출시 속도 등 여러 면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를 쉽게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