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 미래전략총괄 사장이 지분 확대에 나서며 독립경영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화에서 테크·라이프 사업을 분리해 경영 체계를 정비한 데 이어 지배력까지 강화하면서 사업을 직접 이끌 토대를 마련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반도체 장비·AI·로봇부터 호텔·유통까지 다양한 사업을 성장시키고 이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2030년까지 4조7천억 원을 투자하는 만큼, 사업별 투자 성과와 계열사 간 시너지가 독립경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미래전략총괄 사장이 한화M&S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며 독립경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김 사장은 1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한화M&S 보통주 1606만 주를 주당 8천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12일 공시했다. 발행주식의 19%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매수대금은 최대 1284억8천만 원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김 부사장의 직접 지분은 기존 5.81%에서 24.81%로 높아져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다.
한화M&S는 테크와 라이프 사업을 한데 묶어 김 사장의 독립경영 기반을 마련한 지주회사다. 한화는 올해 관련 사업을 인적분할해 8월3일 한화M&S를 출범시켰다. 한화비전·한화세미텍·한화모멘텀·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사업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사업을 아우른다. 김 사장은 한화M&S의 미래전략총괄 사장을 맡아 계열사별 미래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이 지분 확대에 나선 시점에서 한화M&S 앞에 놓인 핵심 과제는 대규모 투자를 실제 성장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한화M&S는 2030년까지 설비투자 2조1천억 원, 연구개발(R&D) 2조 원, 인수합병(M&A) 6천억 원 등 총 4조7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 세웠다.
이는 한화가 공개한 한화M&S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약 6조 원의 78%, 자산 11조3천억 원의 42%에 달한다. 5년간 누적 투자액과 한 해 매출·자산을 비교한 수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회사 규모에 비춰 투자 규모가 상당한 만큼 사업별 자금 배분과 투자 회수 성과를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테크 부문에서는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장비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성장시키느냐가 주요 과제다. 한화세미텍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쓰이는 열압착(TC) 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등 첨단 패키징 장비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만에서 열린 반도체 전시회에서도 관련 장비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알렸다.
다만 기술 개발과 제품 전시가 곧바로 사업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 수요를 실제 수주와 매출로 연결하고,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한 자금을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한화비전은 인공지능(AI) 영상 분석과 지능형 보안 기술을 고도화하고, 한화로보틱스는 로봇 제품 개발과 영업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모멘텀도 반도체와 첨단 제조장비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각 사업이 연구개발과 설비 확충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려면 기술 경쟁력을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라이프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높인 매출을 이익으로 연결하고 대규모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주요 입지의 부동산을 확보하고 백화점 재개발과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 플라자는 객실과 라운지, 식음료 시설을 고급화하는 대규모 리뉴얼을 앞두고 있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호텔·리조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도 단체급식의 고급화와 외식 사업 확장을 통해 고객당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들 사업은 고급 공간과 상품,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의 지출을 늘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매입과 점포 개발, 호텔 리뉴얼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객단가가 높아져도 원가와 운영비가 함께 증가하면 이익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다. 프리미엄 전략이 매출 증가를 넘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각 사업의 투자 규모와 회수 기간이 적절한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한화M&S가 테크와 라이프 사업을 한데 묶은 만큼, 계열사별 성장을 넘어 사업 간 시너지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화비전의 AI 영상 분석 기술을 아워홈의 주방 위생·재고 관리에 적용하거나, 한화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식음료 사업장의 자동화에 활용할 수 있다. 호텔·리조트와 백화점에서도 AI 영상 분석을 운영 효율과 고객 편의 개선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
이미 계열사 간 기술 접목 사례도 있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의 포천 생산센터에는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도입돼 있다.
센터 측은 같은 규모의 공장보다 인력을 40% 이상, 공간을 10~20%가량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일부 공정은 수작업으로 4명이 하던 일을 로봇을 활용해 1명이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슨 사례는 로봇 기술을 식품 생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한화M&S 출범 전부터 추진된 사업인 만큼, 이를 출범 이후 지주회사 차원에서 창출한 시너지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인력 절감 효과와 생산 효율 개선이 수익성으로 이어지는지, 이러한 기술 접목을 다른 계열사 사업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화M&S의 시너지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계열사 내부의 기술 협력을 넘어 외부 사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식음료 제조·물류 현장이나 호텔·리조트 등에서 검증한 자동화 솔루션을 외부 사업자에게 공급하면 계열사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한화M&S가 출범 초기인 만큼 현재는 이런 사업 모델의 상업적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