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7년보다 2년 줄어든 형량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39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와 세한도 복제품 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다.
김건희 씨가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5-3부(성언주·원익선·이희준 고법판사)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어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이우환 화백 그림과 금거북이,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티파니앤코 브로치, 디올 가방 등은 몰수하고 2440만 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1심에서 명령한 추징금 6480만 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갈린 부분은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가 김씨에게 건넨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전달한 세한도 복제품이다.
김씨는 2022년 9월 서씨로부터 대통령경호처의 로봇개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990만 원 상당의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시계가 전달된 시점과 로봇개 사업 진행 상황 등을 토대로 청탁과 시계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달리 판단했다. 서씨가 김씨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두 사람 사이에 로봇개 사업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로봇개 사업의 주요 내용이 시계가 전달되기 전에 사실상 정해졌고, 사업 과정에서 김씨나 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부족하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배용 전 위원장이 건넨 세한도 복제품에 대한 판단도 유죄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항소심은 이 전 위원장이 세한도 복제품을 김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국가교육위원장 임명과 관련한 청탁 의사를 표시하거나, 이를 청탁과 결부시켰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이 함께 건넨 265만 원 상당의 금거북이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같은 사람이 전달한 물품이라도 각각의 금품과 청탁 사이에 대가관계가 입증됐는지를 따로 판단한 셈이다.
나머지 주요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유지됐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의 공직 임용 청탁과 함께 받은 1억380만 원 상당의 귀금속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받은 1억4천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디올 가방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결국 1심이 모두 유죄로 판단했던 금품 가운데 항소심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와 세한도 복제품에 대해서만 청탁의 대가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고, 이 판단이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감형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날 선고된 징역 5년이 김씨의 최종 형량은 아니다. 김씨 측이나 특검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이와 별도로 김씨가 피고인으로 재판받고 있는 사건도 3건 더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태균 무상 여론조사·통일교 금품수수 혐의를 함께 심리한 사건이다. 김씨는 4월 항소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명태균 씨의 무상 여론조사 제공 혐의는 무죄였다. 현재 김씨와 특검이 모두 상고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에 관여했다는 정당법 위반 사건은 1심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업체 '21그램' 선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 사건은 10월2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