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단백질 음료를 고르다 보면 제품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전면에 크게 적힌 함량이다. 숫자가 클수록 더 든든하고, 더 건강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런 소비 심리를 겨냥해 유통업계에서는 ‘함량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편의점 매대에 단백질 음료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제품 전면에 표시된 단백질 함량 숫자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은 ‘테이크핏 몬스터’의 단백질 함량을 43g에서 45g, 다시 47g으로 높였다. 지난 5월에는 한 병에 단백질 60g을 담은 ‘테이크핏 익스트림’까지 출시했다. 매일유업도 단백질 45g을 넣은 ‘셀렉스 프로핏 스포츠’를 선보였고, 랩노쉬는 52g 제품을 내놨다.
고함량 제품 경쟁은 40~50g대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초기 단백질 음료가 한 병에 10~20g을 담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40g을 넘어 50g대까지 함량을 끌어올리는 추세다. 제품명에 함량을 직접 넣거나 패키지 전면에 숫자를 크게 표시하는 등 ‘몇 g을 섭취할 수 있는지’를 핵심 구매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단백질 수요가 커지면서 제품군은 세분화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테이크핏’은 이런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몬스터’와 ‘익스트림’ 등 고함량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운동 전후, 식사 대용, 에너지 보충 등 섭취 상황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다만 제품군이 세분화됐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제품 전면에서는 여전히 단백질 함량이 가장 크게 강조된다. 언제,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단백질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 타깃 세분화 역시 결국 ‘더 많은 단백질’을 권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비자는 단백질의 출처나 전체 영양 구성, 자신에게 맞는 섭취량을 따지기보다 포장지 전면에 크게 표시된 총함량부터 확인하기 쉽다. 제품 앞면에는 ‘단백질 30g’과 같은 숫자가 가장 눈에 띄게 배치되는 반면, 단백질의 종류와 구성, 원료 정보는 뒷면에 작은 글씨로 밀려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함량이 가장 직관적이고 비교하기 쉬운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 숫자는 짧고 명확하며 제품 간 차이를 한눈에 보여준다. 고함량 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가 있는 만큼 이를 앞세우는 전략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단백질은 많이 섭취한다고 무조건 좋은 영양소는 아니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질소 노폐물을 만들고 간과 신장을 거쳐 처리·배출된다. 건강한 성인에게 고단백 섭취가 곧바로 독소 축적이나 신장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필요량을 넘어선 섭취가 추가적 건강상 이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도하게 섭취하면 소화불량, 복부 팽만, 변비나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단백질 식품에 치우치면서 탄수화물·지방·식이섬유 등 다른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장 높은 함량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양이다. 운동 직후 근육 회복을 위해 마시는지, 식사 사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마시는지, 아침 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마시는지에 따라 적절한 제품과 섭취량은 달라진다.
단백질은 양뿐 아니라 종류도 중요하다. 콩 단백질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인지, 유청 단백질인지, 콜라겐 단백질인지에 따라 체내에서의 역할과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달라진다. 콜라겐은 피부와 관절 건강을 위한 기능성 원료로 주목받고 있지만, 근육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충분하지 않아 일반적 근육 보충용 단백질을 그대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제품을 고를 때는 단백질 함량 외에도 전체 영양 구성을 살펴야 한다. 당류와 열량은 얼마나 되는지, 지방과 식이섬유가 포함됐는지, 원료와 감미료는 무엇인지, 소화 부담은 없는지,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단백질 47g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백질 20g 제품보다 모든 소비자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는 이유다.
시장 전체가 숫자 경쟁에 집중하면 소비자는 ‘필요한 제품’보다 ‘더 많이 들어 있는 제품’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 타깃을 세분화한 마케팅도 제품의 섭취 목적과 적정량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결국 고함량을 권하는 방식으로 귀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