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인공지능 전환(AX)이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현장 의사결정을 바꾸는 단계로 들어섰다. 롯데백화점이 브랜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상품기획(MD)에 활용하면서다.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인공지능(AI)을 반복 업무를 줄이는 도구에만 한정하지 않고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 전반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AX를 추진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직접 진행하며 AI 활용 역량 강화를 주문했고, 그룹 차원에서 AI 에이전트 교육과 현업 적용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이 사내 인공지능(AI) 시스템 ‘브랜드AI’를 활용해 브랜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품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AI로 구현한 장면.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 4천여 개 브랜드를 분석하는 사내 AI 시스템 ‘브랜드 AI’를 구축해 현업에 적용했다고 26일 밝혔다. 브랜드 AI는 MD 전략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AI가 해석·가공해 시각화된 정보로 제공하는 브랜드 분석 플랫폼으로, 개별 브랜드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연결해 브랜드별 성과 추이와 브랜드 간 영향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 기능인 ‘3D 네트워크 그래프’는 입점 브랜드를 노드 형태로 구현하고 구매 연관성 등에 따라 연결해 브랜드 간 관계와 경쟁 구도를 보여준다. 특정 브랜드와 비교 브랜드의 주요 지표를 비교하거나 연령·성별 등 고객 지표와 연계 매출을 확인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브랜드 AI 도입 이후 한 달간 재접속률은 70%를 기록했고, 사용자 조사에서는 기존 유사 업무와 비교해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AI의 핵심은 데이터를 정리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고르고 매장을 구성하는 MD의 판단을 지원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MD가 브랜드별 실적과 고객 지표 등 여러 자료를 개별적으로 확인해 판단했다면, 브랜드 AI는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브랜드의 현재 성과와 다른 브랜드와의 관계까지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규 브랜드 발굴과 입·퇴점 판단처럼 MD의 경험과 데이터 분석이 함께 필요한 영역에 AI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기존 업무 자동화와 차이가 있다. 롯데백화점은 브랜드별 성과뿐 아니라 고객 구성과 구매 연관성 등을 함께 분석해 상품군 안에서 특정 브랜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개별 지표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브랜드 간 관계와 경쟁 구도를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자연어로 데이터를 묻고 답을 얻는 방식까지 도입해 AI의 활용 범위를 넓힌다. 롯데백화점은 ‘20대 고객 구성비 상위 20개 브랜드를 알려달라’는 식으로 질문하면 관련 데이터를 찾아주는 대화형 챗봇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외부 시장 동향까지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실시간 웹 검색 기능도 도입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에서의 AI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전략 설계를 뒷받침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브랜드 AI’와 같이 현업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AI 활용 사례를 확대해, 전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