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이는 신사업 추진으로 인한 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다.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은 세포독성항암제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첫 단추를 비교적 잘 끼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 사장에게는 이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생산 및 공급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수요처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전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보령은 올해 2분기 매출액 2796억 원, 영업이익 238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액은 11.2%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6.2% 감소한 결과다. 다만 전분기(1분기)에 견줘서는 각각 9.5%, 18.1% 성장했다.
보령은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액 5350억 원, 영업이익 44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7%, 영업이익은 21.1% 증가했다. 회사 쪽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 5천억 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보령은 2025년 매출액이 2024년에 견줘 0.03% 성장하는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7.67% 줄어들었다. 2월 보건복지부와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약가 인하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카나브 약가 인하를 실적에 반영한 것이 원인이 됐다. 카나브는 보령의 약품 중 매출 비중(2025년 기준 15.9%)이 가장 크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보면 이 같은 악재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사업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비용 증가 때문이다. 2분기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808억 원에 달했는데, 탁소텔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상각비와 신제품(카나브젯) 출시와 관련된 마케팅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상각비, 광고선전비, 홍보비는 각각 54.6%, 17.7%, 42.1% 증가했다.
신규 사업 매출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우선 2025년 사노피로부터 인수한 세포독성항암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의 글로벌 사업 매출이 6월부터 본격 발생했다. 아울러 5월 ‘알림타’ 위탁개발생산(CDMO)의 첫 출하가 이뤄지면서 세포독성항암제 CDMO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다만 보령 쪽은 이 두 사업의 정확한 2분기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신규 제품 출시 성과도 더해졌다. 6월 출시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카나브젯(피마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은 상반기 중 초도 물량 37억 원어치를 완판했다.
회사의 기존 주력 제품인 카나브패밀리(카나브젯 포함)의 매출도 성장했다. 2분기 카나브패밀리 매출액은 46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81억 원)보다 23.0% 성장했다. 약가 인하 충당금 81억 원을 제외해도 388억 원으로 1.7% 성장한 결과다.
3분기 이후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6월 처음 매출이 발생한 탁소텔과 카나브젯의 매출액이 3분기부터 온전히 반영되고, CDMO 수주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CDMO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중요
상반기 실적을 보면 김정균 대표이사 사장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김 사장은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복지부 상대 소송 결과에 따라 카나브 약가 인하가 최종 반영되는 경우 회사 향후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령은 2020년부터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추진해 왔다. LBA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과 허가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특히 보령은 세포독성항암제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LBA를 통해 이 분야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일라이 릴리로부터 ‘젬자(성분명 젬시타빈)’를, 2022년 역시 일라이 릴리로부터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를, 2025년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을 각각 인수했다. 세포독성항암제가 아닌 LBA 인수 약물로는 2021년 일라이 릴리에게서 인수한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가 있다.
이 중 탁소텔은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병용요법에서 핵심 약제로 쓰이는 세포독성항암제다. 도세탁셀 성분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리스트에도 등재돼 있다.
LBA 전략은 곧바로 CDMO 사업 확대와 연결된다. 해당 오리지널 의약품의 생산기술을 자체 생산시설로 완전히 이관해 내재화하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규격과 품질기준에 맞춰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보령은 2024년 12월 대만 제약사 로터스와 세포독성항암제 CDMO 계약을 체결하면서 CDMO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어 2026년 5월 로터스에 알림타 생산 물량을 첫 출하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보령의 세포독성항암제 분야 CDMO 사업은 그 특수성 때문에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독성이 강해 생산시설 작업자의 안전과 교차오염 방지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조시설이 많지 않고 공급 부족이 자주 발생하며,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이 이번에 자체 생산능력을 증명하면서, 중장기적인 매출 확대와 수익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정균 사장 역시 이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세포독성항암제 분야에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오리지널 항암제를 직접 생산·유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에게는 여전히 적잖은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것을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 여부이다.
먼저 글로벌 규제기관 인증을 추가로 확보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보령 예산공장의 세포독성항암제 시설은 국내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와 유럽연합의 EU-GMP 인증을 확보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요구하는 기준인 cGMP 인증을 준비 중이다. cGMP 인증을 따낼 경우 글로벌 수주 확보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고객사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제형 전환 기술도 적극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령은 항암주사제(바이알)와 내용고형제(경구제) 제형을 CDMO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주사제와 관련해 동결건조 분말 제형을 액상 제형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CDMO 생산과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수요를 꾸준히 확보하고, 세포독성항암제 원료의약품 등의 수급 안정성을 유지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