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2분기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마일스톤 유입으로 이익이 크게 늘었다.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합친 이른바 ‘렉라자 효과’로 수익성이 좋아졌지만,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이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포스트 렉라자’ 파이프라인 육성과 신규 기술수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2026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395억 원, 영업이익 66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34.1%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0.5%로 10%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와 전분기에는 각각 1.3%, 1.7%에 그쳤다.
공개된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인 매출액 6281억 원, 영업이익 582억 원을 웃도는 숫자다. 별도기준으로는 매출액 6140억 원, 영업이익 6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34.7% 늘었다.
수익성 증가를 이끈 핵심 요인은 라이선스 수익이다.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을 통해 렉라자의 유럽시장 상업화가 이뤄지면서 3천만 달러(약 450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라이선스 수익은 총 589억 원을 기록했다. 로열티도 전분기 54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늘었다.
외형 성장도 돋보인다. 약품사업부에서는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 매출이 고르게 성장했다. 해외사업부는 수출 확대와 자회사 유한화학의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에 힘입어 전년보다 5.4% 늘어난 12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아
다만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한양행의 3분기 매출액을 6094억 원, 영업이익을 137억 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37.9% 급감하는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2%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다른 증권사들도 예상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3~4분기 실적을 어둡게 보고 있다.
2분기에 유입된 일회성 마일스톤이 3분기부터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실적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자금 조달을 완료하면서 R&D 비용 지출을 본격화한다는 점도 연결 영업이익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 로열티 역시 상반기 누적 124억 원에 그쳐, 연간 목표치인 450억 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월1일부터 본격 시행된 약가 개편도 악재로 꼽힌다. 이 때문에 ETC 부문에서 실적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특허가 만료된 품목들도 제네릭 영향권에 들면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품목은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자디앙이다.
◆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보다 본업인 제약 분야 신규 성과가 중요
증권가에서는 신규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성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존슨앤드존슨), 2019년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2건(길리어드·베링거인겔하임, 두 건 모두 이후 권리 반환됨), 2020년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제(프로세사) 기술수출이 성사된 이후 6년간 신규 기술수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적 추정치의 추가 상향 가능성은 신규 기술수출 성과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차세대 렉라자 파이프라인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신규 기술수출에 따른 마일스톤 약 3백억 원을 가정해 실적 전망에 반영하기도 했다.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그만큼 회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약가 인하 시행을 앞두고 더마코스메틱 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제품을 출시하며 실적을 방어하려 하고 있으나, 제약사 본질에 부합하며 중장기적으로 실적을 이끌 수 있는 품목이 더 중요하다”면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익성이 렉라자 효과에 의존하고 있는 유한양행의 현실을 극복하려면 신규 파이프라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뷰티 등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나 자회사 유한화학의 원료의약품 사업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기술수출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신약후보물질로는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레시게르셉트)가 꼽힌다. 거대한 알레르기 치료제 시장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알레르기 치료제 관심이 커지면서 기술수출 가능성도 함께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MASH 치료제 YH25724, 고형암 치료제 YH42946, 이중항체 고형암 치료제인 YH32367(네스프로타미그)과 YH32364 등도 기술수출 가능 물질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4개 물질은 YH35324와 함께 유한양행이 5월 ‘R&D 데이’에서 공개한 차세대 파이프라인 5종에 포함되기도 했다.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YH35995도 주목받고 있다.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역시 같은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조 사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포스트 렉라자를 찾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적 연구개발로 중장기 성장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사장이 2024년 10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2025~2027)’에도 매년 기술수출을 1건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다만 첫해인 2025년에는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2026년 연내 기술수출이 가능할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한편 렉라자 실적의 지속적인 성장도 관건이다.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의 성과에 의존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조욱제 사장은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와 처방 확대에 따른 마일스톤·로열티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자체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