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의회에 이란전쟁을 위한 국방예산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란전쟁의 향방이 미국 의회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비용이 없으면 전쟁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 AP통신=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과 군사작전에 올해 2월 말부터 지금까지 375억 달러(한화 약 55조5천억 원)가 투입됐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876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876억 달러의 추경예산안에는 670억 달러(약 99조 원)는 국방부 몫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란전쟁에서 소진된 패트리엇·사드·토마호크 등 정밀유도무기 재고 보충(210억 달러), 작전유지비(173억 달러), 기밀프로그램(121억 달러), 드론 및 사이버역량 강화(24억 달러) 등이 주요 항목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번 요청이 의회 승인 없이는 한 푼도 집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60표가 필요한데, 전체 상원 100석 가운데 민주당이 45석, 민주당과 연대한 무소속 의원 2석, 공화당 53석으로 구성돼 있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민주당 다수가 애초 이란을 향한 미국의 군사개입 자체에 반대해왔던 만큼 관련 지출 승인에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패티 머리 의원은 21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번 요청은 긴급상황처럼 포장됐지만, 정상적 예산편성 절차를 피하려는 시도로 보는 게 정확하다"며 "많은 부분이 긴급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머리 의원은 미국 국방부가 이미 지난해 확보한 750억 달러(약 110조 원) 규모의 미집행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미국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일부가 최근 이란전쟁에 반대하는 의회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 전쟁수행에 반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악관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도 필리버스터(합법적 무제한 토론 의사진행 방해)를 우회할 수 있는 예산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통해 약 3500억 달러(약 517조 원) 규모의 별도 국방재원을 마련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21일 의회 청문회에서 전쟁이 언제 끝날지에 대한 명확한 시한은 제시하지 못한 채, 추가 자금이 없으면 "군인 급여 지급과 장비·탄약 보충, 작전 지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발언과 별도로, 이란전쟁은 9월30일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열릴 미국 의회 표결 결과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