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화장품 구매 확대 흐름 속에서 수직계열화와 탄탄한 유통망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은 'K-뷰티' 열풍이 일어나기 전인 2015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화장품 등 헬스케어 사업부 매출이 전통 본업인 의약품 부문을 앞질렀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아 보인다. 2분기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동국제약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0% 늘어난 데서 보듯, 이제 미국에서도 동국제약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의 약국 의료관광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동국제약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마데카솔 뛰어넘은 화장품, 권기범의 선제적 진출 전략 적중
권기범 회장은 '토탈 헬스케어 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2012년 헬스케어 사업부를 출범하고 2015년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출시했다. K-뷰티 열풍이나 제약사들의 화장품 사업 진출 붐이 일어나기 전 이미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권 회장의 선제적 진입 후 동국제약의 화장품 부문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화장품·미용기기 등이 포함된 헬스케어 사업부의 연결기준 연도별 매출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3.9%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기존 사업부였던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이 각각 연평균 4.7%, 12.8% 성장한 것보다 높은 성장률이다.
가파른 성장으로 헬스케어 사업부 매출은 어느새 기존 부문을 앞질렀다. 2026년 1분기 헬스케어 사업부는 매출 989억 원을 기록하며 OTC의 445억 원, ETC의 537억 원을 더한 982억 원을 넘어섰다.
동국제약은 여러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뒤 유통채널별 맞춤 공급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는 '마데카21', 올리브영에는 '센텔리안24', 약국에는 '마데카파마시아' 등의 브랜드 제품을 주로 공급한다. 이 가운데 핵심 브랜드는 센텔리안24다.
3가지 브랜드 모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센텔라 아시아티카(병풀)를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병풀 정량추출물(TECA)은 동국제약의 대표상품 '마데카솔' 연고에 상처치료 목적으로 들어간다. 마데카솔을 통해 쌓은 병풀 추출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화장품 사업에 접목한 것이다.
2024년 10월에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리봄화장품의 지분 53.66%를 약 307억 원에 인수했다. 신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다각화가 목적이었다. 이를 통해 동국제약은 화장품의 개발, 생산, 유통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 외국인 필수 쇼핑코스 된 약국, 66%는 동국제약이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화장품 구매 금액이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신용카드 데이터 기반 외국인의 6월 국내 의료관광 소비 금액은 2508억 원,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1416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약국에서의 소비 비중은 12.9%, 금액은 약 324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비중 약 7.7%, 금액 약 109억 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소비 금액이 약 77.2% 증가하는 동안 약국에서의 소비 금액은 약 197.6% 폭증하며 비중까지 크게 늘어났다.
약국 소비 비중 증가에 관해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16일 의료기기 분석 보고서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내 화장품 구매 확대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같은 날 소형주(스몰캡) 분석 보고서에서 "외국인들의 필수 쇼핑코스가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에서 약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한 외국인의 뷰티 쇼핑 동선이 약국으로까지 확장되며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제약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오랜 기간 의약품 연구개발(R&D)로 쌓아 놓은 기술력과 기존에 구축해 놓은 약국 유통망을 기반으로 빠르게 화장품을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약은 2025년 기준 국내 약국 2만5497개 가운데 약 66%와 중간상 없이 직접 거래하고 있을 정도로 약국 유통망을 착실히 구축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동국제약의 화장품은 약국에 빠르게 배치되고 있다. 8일 기준 동국제약의 화장품 브랜드 마데카파마시아의 제품은 전국 약국의 30% 이상에서 구매 가능한 상태다.
◆ 매출 900% 폭등, 3분기 전망도 맑음
화장품 부문의 2분기 성과와 3분기 전망도 밝다.
동국제약은 6월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센텔리안24의 매출이 2025년 행사보다 900% 이상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프라임데이는 아마존이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 진행하는 할인 행사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16일 동국제약 분석 보고서에서 "헬스케어 부문의 2분기 매출이 화장품 수출 증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라며 "약국용 화장품 브랜드 마데카파마시아가 추가 성장 동력이 되고 있으며 리봄화장품의 2분기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3분기 온·오프라인 확장에 속도가 붙으며 2분기보다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기범 회장은 화장품에만 머물지 않고 뷰티디바이스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동국제약은 2023년 뷰티디바이스 '마데카 프라임'을 출시했다. 이후 2024년 4월에는 미용기기 등 중소형 가전제품 생산회사 위드닉스의 지분 50.9%를 약 22억 원에 취득했다. 미용기기 사업의 연구개발(R&D) 역량 및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뷰티디바이스는 보통 초음파, 고주파 등의 에너지를 피부과 시술에서 사용될 때보다 낮은 출력으로 피부에 작용시켜 주름 개선, 체형 관리 등의 효과를 내는 가정용 에너지 기반 미용기기(EBD)를 지칭한다. EBD는 피부과 시술 대비 낮은 가격, 높은 접근성 등을 이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PWC)의 2025년 7월 'K-미용 의료기기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BD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CAGR) 17.1%를 기록하며 2022년 약 2억 달러(약 2584억 원)에서 2030년 7억1천만 달러(약 1조477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센텔리안24를 적극적으로 수출하며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약국 쪽으로는 마데카파미시아의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헬스케어뿐 아니라 기존 사업부까지 고르게 성장해 '토탈 헬스케어 그룹'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