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사실상 재개되면서 중동 국가 해수담수화 시설(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설비)이 잇따라 공격받고 있다.
이란은 미군의 지난달 이란 민간 인프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 국가들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6월 이란 남부 베마니와 시리크 지역의 식수 저장시설을 타격해 2만 명 이상의 물공급을 끊었다. 중동 국가에게 담수화시설은 말 그대로 생명줄에 해당한다.
이란의 공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는 쿠웨이트 수비야 발전·담수화 시설의 위성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미국의 선제공격이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란에게 유사한 보복을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22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카타르 알자지라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전쟁이 재개된 뒤 쿠웨이트와 이란 지역에서 식수와 관련된 설비가 공격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인프라 선제타격, 이란의 담수화 설비 공격의 도화선 됐다
뉴욕타임스는 2026년 6월 초 위성사진과 현장영상 분석을 통해 미군의 정밀유도탄 공습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베마니 마을의 식수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매체는 이 공격으로 수자원 저장시설이 파괴돼 인근 주민 2만 명 이상의 물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은 이를 국제 사법기관에 전쟁범죄로 제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가디언은 전문가와 미국 정치인의 견해를 인용해 미국의 공격이 우발적 피해가 아니라 의도적 표적 타격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팀 케인은 영국 가디언과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물 부족이 심각한 국가 가운데 하나"며 "이란의 식수시설 공격이 표적설정의 실수였든 의도적 표적화였든 간에 이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후 미국의 자국 기반시설 공격에 대응해 "미국과 동맹을 맺은 인근 국가의 유사한 표적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런 경고는 올해 7월 쿠웨이트의 부니 담수화 발전소가 공격받는 보복으로 현실화 됐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걸프국가들을 향한 이란의 담수화 시설 공격은 미국의 선제 타격에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대응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 남부도시 반다르아바스와 라우단을 이어주는 도로가 2026년 7월18일(현지시각) 미군의 공격으로 파괴되어 있다. ⓒ AFP통신=연합뉴스
민간인 생명관련 시설 공격은 전쟁범죄
문제는 걸프 지역이 담수자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시설이 파괴된다면 치명적 결과를 낳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식수의 90%, 오만은 86%, 사우디아라비아는 70%를 해수 담수화에 의존하고 있어서, 시설 한 곳이 파괴되면 수십만 명이 동시에 물 부족 위기에 노출된다.
알자지라는 이란전쟁 재개 뒤 미국의 이란공습으로 이란에서만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담수화 시설 피격으로 1만 명이 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국제인도법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식량,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모하메드 마무드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의 중동 담당 연구원은 올해 3월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수자원 인프라를 공격하는 것은 민간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준다"며 "어느 쪽이든 민간인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인프라를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다"고 지적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2026년 7월 브리핑에서 "병원과 용수공급을 포함해 민간인이 생존을 위해 의지하는 필수 기반시설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