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BD)를 100% 자회사로 만든단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정의선 회장의 승계 퍼즐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유력하게 언급된 시나리오는 결국 다음 두 단계로 정리된다. 먼저 현대차그룹이 외부의 간섭 없이 BD의 나스닥 상장(IPO)을 추진한다. 다음 정 회장이 보유한 BD 지분을 매각해 승계 재원을 마련한다.
현재 BD의 기업가치는 최소 30조 원에서 100조 원대까지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 회장이 보유한 BD 지분이 향후 25%까지 확대된다는 전망을 적용하면, 정 회장이 7조5천억 원에서 25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어지는 장밋빛 전망은 이 돈이 정 회장의 상속세 납부 및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밑거름이 된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BD)를 100% 자회사로 만든단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정의선 회장의 승계 퍼즐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사진은 정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회동을 마친 뒤 로봇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손보는 것은 어쩌면 일반 투자자에게도 희소식이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해 지배권과 소유권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하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BD의 상장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선진화 계기를 하루빨리 마련하길 바라서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 희망사항이 BD의 상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BD 지분 80%를 9963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 가운데 20%는 정 회장 개인 몫이다. 사재 2491억 원이 투입됐다. BD 상장은 인수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조건으로 시장에 널리 알려졌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BD 인수의 중간 목적지가 미국 증시 상장인 것처럼 해석됐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상장 조건은 현대차의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소프트뱅크가 자금 회수를 위해 스스로 확보한 안전망이었을 뿐이다. 소프트뱅크는 2025년 6월 또는 유예기간 1년을 포함한 2026년 6년까지 BD 상장이 완료되지 않으면 풋옵션(보통주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했고, 기한이 지나자 이를 행사했다. 이로써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BD를 상장해야 한다는 어떤 형식적 부담도 느낄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이후 BD 상장 계획이 어찌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 발표한 것이 없다. 정 회장 또한 과거부터 BD 상장에 관해서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는 사이 시장의 추정은 무성해졌고 BD를 필두로 한 로보틱스 사업의 가치를 미리 반영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등했다.
상장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소프트뱅크와의 계약 조건이 사라진 지금, 현대차그룹이 BD 상장을 강행한다면 중복 상장(쪼개기 상장)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차와 계열사에 투자한 일반 주주들은 로보틱스 사업을 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바라보고 투자했다. 알짜 자회사로 성장한 BD를 떼어내 상장한다면, 핵심 사업의 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 모회사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디스카운트 현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다시 원점에서 BD 상장의 필요성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뚜렷하고 합리적인 명분이 없다면, 지금처럼 BD를 그룹 로보틱스 사업을 대표하는 비상장 알짜 계열사로 키우며 그 성장의 과실을 일반 주주들과 온전히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상장을 추진하겠다면, 누구를 위한 상장인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정 회장 개인 지분이 4분의1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상장의 과실이 정 회장 개인에게만 집중되지 않을 것임을 시장에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