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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군이 최초의 군사 우주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안보 경쟁의 무대가 바다에서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필리핀은 이번 우주센터를 시작으로 향후 우주사령부, 나아가 독자적인 우주군으로까지 단계적으로 역량을 키워가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기술과 예산의 현실적 제약으로 우주군 창설에는 상당한 기간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필리핀, 저궤도 위성부터 우주사령부까지 계획 :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응
필리핀이 중국과 남중국해를 두고 벌이는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 군사역량을 키우고 있다. AI 이미지.

20일 필리핀 매체 마닐라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필리핀은 2028년까지 군사 우주센터를 건립해 무인기와 미사일, 통신, 지휘통제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메오 브라우너 주니어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은 우주센터를 기반으로 우주사령부를 건립해 군사역량을 키울 것이다"고 말했다.

브라우너 총장은 저궤도 위성 활용부터 시작해 우주센터 건립까지 필리핀의 안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 우주청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런 계획이 나온 배경에는 남중국해에서 육안 감시나 함선 순찰만으로는 중국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필리핀군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필리핀 해군 예비역 소장 출신 롬멜 주드 옹 아테네오 대학원 교수와 나눈 인터뷰에서 "필리핀 우주사령부는 남중국해뿐 아니라 필리핀 전역에 대한 주권적이고 지속적 감시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필리핀의 구상이 기술과 재정, 인력부족이라는 현실적 걸림돌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필리핀의 이와 같은 자체방어 역량 확보 움직임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의존해온 감시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은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발릭카탄 2026 훈련'에서 미국 우주군 소속 병력을 참가시켜 필리핀군의 우주영역 인식능력 향상과 미사일 조기경보 등의 역량을 함께 키우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과 필리핀은 2024년 5월 우주 양자회담을 통해 해양감시 협력을 우주분야로 확대하기로 한 뜻을 모은 바 있다. 

필리핀의 이번 우주센터 구상은 미국의 기존 지원체계를 기반으로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저궤도 위성부터 우주사령부까지 계획 :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응
로메오 브라우너 주니어 필리핀군 참모총장. ⓒ AFP통신=연합뉴스

중국, 남중국해에서 영향력 확대

필리핀이 저궤도 위성을 비롯한 우주안보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부유물을 비롯한 구조물을 설치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올해 5월25일 남중국해에 위치한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안테나가 달린 가로 세로 6m 크기의, 부유 구조물을 처음 포착했고, 며칠 뒤에는 이 구조물이 암초 안쪽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중국의 이와 같은 물리적 진출은 필리핀 정부의 즉각적 반발을 불렀다.

로헬리오 비야누에바 주니어 필리핀 외교부 해사담당 대변인은 중국이 설치한 이 시설을 두고 '반영구적 시설'이라며 중국에 철거를 요구했다. 알렉산더 로페스 필리핀 국가해양위원회 차관보도 "중국의 행위는 승인되지 않은 불법행위다"며 주권수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이번 활동이 스카버러 암초를 향한 '명백한 주권행위'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필리핀과 중국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월9일 성명에서 "스카버러 암초에서 중국이 수행하는 과학연구를 포함한 모든 활동은 합법적이다"며 "중국은 인근 수역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구조물은 6월17일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우위 : 위성과 전자전 인프라 격차

문제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런 갈등에서 필리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물리적 구조물 설치를 넘어 위성과 전자전 인프라 측면에서도 필리핀에 압도적 우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연구소 산하 기관인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2025년 1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파이어리크로스(융수자오), 미스치프(메이지자오), 수비 암초(주비자오) 등 남중국해 주요 거점에 감시 및 전자전 시설을 새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MTI는 보고서에서 이 기지들이 필리핀을 비롯한 다른 나라가 경쟁하기 어려운 압도적 감시망을 구축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런 인프라뿐만 아니라 우주 자산에서도 필리핀에 앞서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군사적 위성망을 단계적으로 확충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필리핀의 우주진출 계획은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크지만, 2028년 우주센터 완공 뒤에도 실제 위성확보와 운용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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