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32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물류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화재로 멈춘 물량은 인근 물류센터와 캠프로 분산되고, 일부 물류센터 인력과 택배기사들도 다른 현장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일부 노조는 "노동자 안전보다 로켓배송을 우선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는 배송을 멈추면 곧바로 생계에 영향을 받는 구조상 분산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과 물량이 동시에 몰린 현장에서는 또 다른 안전 부담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발생한 화재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발생 52시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한 채 장비 231대와 인력 812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부에 적재된 가연성 물질이 많고 구조가 복잡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시간 화재로 건물 붕괴 우려가 제기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 물류센터 노조가 제기한 의문, '안전보다 배송이 먼저였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재난 대응을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화재 당일 일부 노동자들에게 별도의 보호대책을 안내하기보다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통보가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며 "노동자 안전보다 로켓배송 유지에 집중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6층이 메자닌(Mezzanine)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메자닌은 층과 층 사이에 중간 작업공간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노조는 화재에 취약하고 초기 진화가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같은 구조가 논란이 됐던 만큼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유급휴가와 전환배치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분산 운영은 불가피, 인력·물량 집중에 커지는 현장 부담
반면 인근 물류센터로 인력을 분산 배치하는 것 자체를 일방적으로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택배기사와 일부 배송 인력은 근무 시간보다 배송 물량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로 일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배송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물류센터로 인력과 물량을 옮기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분산 운영 과정에서 새로운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 소속의 한 쿠팡 택배기사는 "화재가 발생한 인천32물류센터에는 캠프나 서브허브는 없고 물류센터만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해당 물류센터가 처리하던 물량이 다른 물류센터로 분산되면서 간선차 운행이 늦어지거나 물류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근에는 캠프가 대여섯 곳 정도 있는데 원래도 여유 공간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물류센터를 거쳐 넘어온 물량이 늘어나면 배송 마감이나 수행률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재난 상황인 만큼 기사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현장 안전과 운영 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 화재 당시 근무자들 안전 대피, '메자닌 구조' 예외적이진 않아
화재 당시 근무자들은 특별한 피해 없이 안전하게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메자닌 구조의 경우, 쿠팡 물류센터에 특유한 공간 배치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업계의 취재를 종합하면, 메자닌 구조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형 물류센터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