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계산 실수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잘못 읽은 것이다. 그런데 학교와 학원에서는 계산 실수만 잡아준다. 문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수능 문제마저도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풀이 시간에 큰 차이가 난다.
아래 문제는 겉으로는 ‘속력’ 문제지만 진짜 주제는 속력이 아니라 기준이다. 다시 말하지만 같은 문제라도 기준을 무엇으로 잡는가에 따라서 복잡한 방정식 문제가 되기도 하고 간단한 산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시속 45km로 갈 때와 시속 60km로 갈 때 5분의 차이가 난다면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몇 km일까?”
거의 예외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단 거리를 x라고 놓고 무엇을 무엇으로 나눠야 하는지 결정하고 5분을 시간 단위로 바꿔서 어찌어찌 등식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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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를 잠깐 다른 눈으로 보자. 시속 45km라는 것은 1시간, 즉 60분 동안 45km를 이동하는 빠르기이고 시속 60km라는 것은 60분 동안 60km를 이동하는 빠르기이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다. 따라서 기준을 시간에서 거리로 바꿀 필요가 있다. 즉, 1시간에 몇 킬로미터를 이동하는가에서 기준 거리를 이동하는 데 몇 분 걸리는가로 말이다, 기준을 이렇게 바꾸면 같은 거리를 가는데 몇 분의 차이가 나는지 ‘볼’ 수 있다.
45km를 이동하는 데 60분 걸리면 15km를 이동하는 데는 20분 걸린다. 또한 60km를 이동하는 데 60분 걸리면 15km 가는 데는 15분 걸린다. 이제 기준을 15km라는 거리로 놓으면 전자는 15km 이동하는 데 20분 걸리고 후자는 15분 걸린다. 15km 이동할 때마다 5분씩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문제의 정답은 15km이다. 만일 10분 차이가 났다는 문제였다면 정답은 30km이다.
기준을 15km로 놓아서 운 좋게 바로 답이 나온 것 같지만, 처음에 기준 거리를 15km로 잡은 것은 45와 60의 최대공약수가 15이기 때문이다. 15뿐만 아니라 45와 60의 공약수라면 무엇이든 된다. 5km로 잡아도, 3km로 잡아도 구조적으로 완전히 같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거리로 바꾸는 순간 분수도 방정식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남는 것은 산수뿐이다.
공교육에서나 사교육에서나 대동소이하게 속력, 거리, 시간이 문제에 보이면 ‘거속시’라는 공식을 떠올리도록 교육받는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항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문제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배우는 것인데 말이다.
제논의 역설(Zeno’s paradox)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하는데, 토끼의 속력은 분속 50m이고 거북이의 속력은 분속 25m라고 하자. 거북이가 토끼보다 50m 앞에서 경주를 시작하면 토끼가 절대로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제논의 역설이다. 논리는 이렇다. 토끼가 거북이가 출발했던 50m 지점에 도착했을 때, 거북이는 그보다 25m 앞서 있다. 다시 토끼가 25m를 쫓아가면 거북이는 토끼보다 12.5m 앞서 있다. 이런 식으로 토끼가 따라오면 거북이가 달아나는 일이 무한히 반복되므로 토끼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패러독스가 된 것은 서로 다른 거리를 가는데도 굳이 거리를 기준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을 시간으로 바꾸면 즉시 패러독스가 사라진다. 토끼가 거북이를 분당 25m씩 따라잡기 때문에 2분이면 50m 차이를 메꾸면서 둘이 만나게 되고 2분이 지나면 토끼가 거북이보다 앞서게 된다. 기준을 무엇으로 하는지에 따라 패러독스가 되기도 하고 산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 수학이다.
다음 회에서는 세 번째 사고 도구인 가정하는 힘을 다룬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가정하는 순간 문제의 구조가 손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