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하바나, 멕시코 칸쿤 그리고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꿈의 휴양도시들이다.
도시의 이야기르 담은 호텔들. AI 이미지.
십여년 전 제주도에 있는 리조트 호텔의 야외수영장 개보수를 위해 야심차게 떠난 벤치마킹 목적지들의 이름들인데 지금도 그 때 묵었던 호텔들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휴가차 간 것이 아니고 스터디를 목적으로 간 출장여행이었기 때문에 각 도시들에서 벤치마킹하기로 선정하고 예약한 호텔들은 하루씩만 묵었고 체크아웃 후 짐들고 이동하고 힘이 든 여정이었지만 그때 겪었던 호텔에 대한 숙박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좋은 밑거름이었음이 분명하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는 첫 인상부터 '잃어버린 도시'(Lost City) 같다는 느낌이었다.
1950년대와 60년대 미군과 미국의 휴양지였던 수준에서 단 한발짝도 발전하지 않은 도시인데도 내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서 많은 미국인들이 휴가차, 그리고 관광차 많이들 왔었고 나름 도시는 활기가 있었다. 단 3일의 여정인데도 호텔은 두군데를 예약했다.
한군데는 그 유명한 '나시오날 드 쿠바' 라는 호텔로 당시에도 쿠바 하바나의 상징적인 호텔이자 쿠바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었고 1930년대에 개관한 이래 1988년 쿠바의 국립기념물로 지정된 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된 유일한 호텔이었다.
비록 수도꼭지가 헐거워 물이 잘 나오지 않았고 군데군데 녹이 슨 굉장히 낡은 시설의 호텔이었지만 쿠바의 역사를 알기에는 충분한 호텔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쿠바에서 유명한 것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음악밴드였는데 1996년 미국의 라이쿠더라는 기타리스트가 쿠바의 은퇴한 노장 뮤지션들을 찾아내 음반을 녹음한 것이 히트를 쳐서 지금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내가 방문했던 당시 나시오날 드 쿠바 호텔에서 그들의 손자들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이름을 걸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는 그들의 공연을 관람했고 나시오날 드 쿠바라는 호텔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이름은 쿠바에서의 내 경험과 콘텐츠를 확장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두번째 묵었던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로컬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나름 역사가 있던 오래된 호텔이었고 특징적인 것이 옥상에 루프탑 수영장이 있었다는 것이었다(무려 1960년대에 루프탑 수영장을 설치했었다). 역시 당연하게도 구시가지의 중심지여서 근처 국회의사당 등 유명한 곳을 걸어서 가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호텔이었다.
멕시코 칸쿤에서는 반얀트리 호텔과 로즈우드 호텔을 경험했고 '올인클루시브' 라는 새로운 형태의 호텔 체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라스베가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대로 호텔 하나 하나가 '나는 이런 호텔이다 !'라는 정체성을 너무나 뚜렷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시저스 팰리스에서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했고 코스모폴리탄 호텔에서는 당대 최고의 풀사이드 파티를 경험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출장여행이 최근 유행하는 용어인 '호텔 호핑' 이었건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여행에서 호텔호핑을 하게 된 것이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한 도시에서 서로 다른 여행경험을 뚜렷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싶다.
이제 7월 휴가철이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해외로 또는 바닷가나 산 속 리조트로 자기만의 여행경험을 갖기 위해 떠날텐데 그 때 체류기간 중 최소 2개 이상의 호텔을 예약해서 각기 다른 도시, 지역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한 것은 우리 머릿속에 잘 저장되지 않는다고 한다(그래서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고 느낀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경험을 찾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해보는 것이 남은 우리 인생 긴 여정에 행복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 조정욱은 앰배서더서울풀만 대표이사다. 25년차 호텔리어로, 삼성생명에서 해외 투자 기획 업무를 거쳐 신라호텔에서 서울·제주 총지배인과 호텔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 한국 최초의 민영 호텔 '금수장'에 뿌리를 둔 앰배서더서울풀만의 전관 리모델링 재개관과 함께 대표이사로 취임해 중식당 '호빈'의 미쉐린 가이드 2년 연속 수록 등 주목할 성과를 이끌어냈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호텔에서 일해온 사람의 시선으로, 호텔을 조금 더 잘 즐기는 법을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