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폴란드, 캐나다, 멕시코. 진옥동 회장이 2023년 3월 취임한 이후 약 3년 동안 방문한 국가들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올해도 해외 투자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경영진의 ‘직접 대면 소통’을 강조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해외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1년 반 동안 9개국 순방, 최고경영자 직접 소통으로 IR 방식 다각화
5월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진 회장은 이번 달 뉴욕, 멕시코, 캐나다 등 북중미 3개국을 방문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투자자들을 직접 만났다.
진 회장의 이러한 글로벌 소통 행보는 취임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진 회장은 2월 일본을 시작으로 5월 영국, 독일, 폴란드에서 해외 투자자 대상 대면 IR을 진행했으며, 9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순방길에 동행한 길에서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어 10월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했으며 캐나다에서도 별도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났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9개 이상의 나라를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신한금융그룹의 밸류업 계획을 직접 설명한 셈이다.
진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설명자료 배포 중심의 간접적 IR 방식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자가 직접 경영 현황과 중장기 비전을 전달하여 책임경영 의지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그룹에 따르면 이번 북중미 IR의 주요 의제는 ‘신한 밸류업 2.0’이었다. 진 회장은 현지 투자자들에게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에 연동된 주주환원 체계를 비롯해 2026년 결산부터 3년간 비과세 배당, 주당배당금(DPS) 연 10% 이상 증액 등 자본정책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발송한 주주서한에 이어 대면 IR을 병행하는 '투 트랙' 소통 방식으로 해외 기관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 갈등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금융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 방향을 공유하며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응했다.
◆ '최고경영자 직접 IR'의 효과, 해외서는 일반화된 관행
진 회장이 잦은 해외 출장을 통해 대면 소통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해외 자본시장에서 CEO의 직접 IR 참여가 점차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식되고 있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투자자관계협회(IR Society)와 사우디 증권거래소가 공동 발간한 'IR 모범 실무 가이드라인'은 IR 과정에서 CEO가 직접 투자자를 만나는 것을 ‘관례(expected)’로 명시하고 있다. 코넬대·럿거스대 공동 연구팀이 59개국 77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서베이에서도 최고경영진의 직접 IR 참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관련 학술 연구 역시 최고경영자의 직접 소통이 지니는 가치를 뒷받침한다.
영국의 학술저널 '브리티시 어카운팅 리뷰'에 게재된 '사적 미팅 공시와 주가 급락 위험'이라는 연구는 최고경영진과 투자자 사이 직접 소통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저우 항 등 해당 논문의 저자들은 경영진과 투자자들의 직접 소통이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부정적 정보가 누적되는 것을 방지해 주가 급락(Crash risk)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또한 이 효과는 정보 비대칭이 클수록, 즉 기업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리적 한계로 국내 금융시장 정보를 직접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 투자자들에게 CEO의 대면 IR이 긍정적인 정보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월29일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1.47%로,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은 주요 경영 과제 중 하나다.
◆ 금융주 밸류업 흐름 속 대면 IR 시너지
진 회장의 적극적 해외 IR 행보와 주주환원 정책은 최근의 주가 상승 흐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2025년 1월 2일 종가 기준 4만7750원에서 2026년 1월 2일 7만6600원으로 올랐으며, 이번 북중미 IR 직후인 2026년 5월 28일 종가 기준으로는 9만2800원을 기록했다. 약 1년 5개월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최근 주가 상승에는 금융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흐름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등 거시적 요인이 작용했다. 다만, 선언적 공시에 그치지 않고 최고경영자가 직접 글로벌 투자자들을 찾아 중장기 비전을 설명한 대면 소통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주가 상승을 일정 부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