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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도촬(도둑 촬영)용 펜카메라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한 건설사가 상대 건설사의 입찰서류를 무단으로 촬영한 것이다.

도촬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는 꽤 됐으니 생소한 말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이기도 하다. 원래 영화보다 현실이 더 지독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통용되지만 도촬용 펜카메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부의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압구정에서 펼쳐지는 공사비 1조5천억 원 규모의 재건축 수주전에서, 그것도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대기업이 한 행태라는 데서 느껴지는 당혹감은 상당하다.

[허프 생각] 돈봉투에서 입찰서류 '도촬'까지 건설사들의 구시대적 행태 : 기술력만큼 깔끔한 수주경쟁 할 때 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서울시

그러나 문제는 입찰서류 도촬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생각보다 그렇게 별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편에 선다면 '도촬쯤이야'라고 가볍게 치부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펼치는 재개발,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돈봉투를 줬다', '투표소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조합 컴퓨터를 직접 작동했다', '복숭아 한 상자를 제공했다' '조합 임원에게 접대를 했다' 등등 이제는 듣기에도 민망한 행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최근 5~6년 사이 나타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 건설사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때가 많다. 현장 직원의 욕심이나 실수라든지, '알바생'이어서 정식 직원은 아니라든지. 사실 여부를 떠나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이유다.

이쯤에서 우리 건설업계가 지닌 위상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골목골목마다 일반 건축물 또는 수도 없이 많은 아파트를 짓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일상과 너무 가까운 나머지 진짜 경쟁력을 알지 못한 채 단순히 건설사를 '쉽게 건물을 짓는' 기업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건설사들의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그려나가는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주택 분야에서 개발사업 방식으로 세계에 '아파트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고 에너지 시장에서는 원전 분야 우리 건설사들의 경험, 기술력은 단연 최고로 인정받는다. 정해진 비용으로 약속된 시간을 지키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역량은 'K-건설'을 대표하는 열쇳말이다.

지난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넘어선 우리 건설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랜드마크를 지은 경험도 풍부해졌다. 공장에서 공정 대부분을 완성하고 현장에서는 조립을 통해 건물을 올리는 모듈러 건축도 현실로 다가왔고, 거의 모든 건설사가 AX 전환을 통해 업무 안팎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건설사들의 매우 뛰어난 기술력과 비교하면 유독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셈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전에도 건설업계에서는 '클린수주'를 외쳤다.

여전히 개선된 점이 없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클린수주 자체도 전면에 내세울 만큼 특별한 경쟁력이기보다는, 보행자 신호등이 파란 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상식은 아닌지, 올해만 8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도시정비사업 시장 앞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사업이 지연되면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깨끗해야 한다거나 제도를 보완해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논리는 오히려 건설사에 변명의 여지를 주는 부차적 문제다. 우리 기업들의 문제의식은 이유를 불문하고 '부정'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성찰에만 집중돼야 한다.

지금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보였던 건설사들의 행태는 너무나 구시대적이었다. 기업들이 뛰어난 기술력만큼이나 깨끗한 수주 문화를 스스로 정착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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