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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대해야 할 운명이다 | 임금 결정의 경제학
ⓒShutterstock / arka38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중후반의 대학생 영수 과외비는 월 30만원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당시 짜장면은 2,000원, 버스요금은 320원, 수학정석은 7,800원, 성문영어는 6,000원, 대학 등록금은 사립대 기준 160-190만원 정도였습니다. 왜 과외비는 오르지 않았을까요.

가격과 임금 뒤에는 수요와 공급이 있습니다. 경제학 개론 교과서는 이를 한마디로 임금의 한계생산성 이론이라 부릅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 30만원의 과외비는 우리 사회가 부여하는 대학생 과외의 노동생산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생산성이란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가치입니다. 20년이 흘렀지만 대학생 과외가 올려줄 수 있는 수능 점수의 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공급 요인은 대학생 수의 증가이고, 수요 요인은 입시 제도의 다양화 정도로 판단됩니다.

당신을 두고서 경쟁하고 있는 직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은 노동생산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여기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노동의 강도가 세고, 작업 환경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종종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 후에 출근을 합니다. 차를 한 잔 끓이고, 컴퓨터를 켠 후, 페이스북을 한참 둘러보며 키득거리며 웃기도 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지인들의 딱한 사정에 가슴 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신문들을 최대한 빨리 살펴 보지만, 재미있는 동영상을 지나칠 수 없어 훌쩍 시간이 흐릅니다. 급하게 강의 준비를 하여 강의실로 갑니다. 두텁고 딱딱한 영어 액센트와 단조로운 수학공식으로 가득한 경제학 이론에 지친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강의를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지만, 돈을 벌기 위해 꾸역꾸역 해내야 합니다.

학생 중에 두 명은 저와 나이가 비슷한데, 늦게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한 명은 아마존의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몇 곳의 페스드푸드 점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고단한 삶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종 수업에 올 수 없다는 이메일을 보냅니다. 임금의 한계생산성 이론을 가르치는 대목에서, 제 노동이 그들의 노동보다 몇 배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그 만큼의 임금을 더 받고 있다고 말하려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임금을 생각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합니다. 그것은 다양한 직업이 노동자들을 두고 펼치는 경쟁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의미는 지금의 직업을 그만둔다면 다른 어떤 직업이 나를 고용할 것인가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즉, 외부대안이 우리의 임금 수준을 결정합니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낮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곳이 그들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만 아니라, 우리가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일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는 이미 연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임금 수준이 사회 전체의 생산성, 즉 사회 전체가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가치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직업이 같지만, 인도 같은 저개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생각해 보십시오. 선진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군의 종사자들이 높은 노동생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탁기가 고장 나 수리 비용을 알아 보았습니다. 수리기사의 출장비만 $100입니다. 인터넷을 뒤져 비슷한 문제를 겪은 이들이 지불한 수리비를 알아보니 쉽게 $200은 넘을 듯 합니다. 10년 전 $300을 주고 산 것이고, 같은 모델이 지금도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럴 때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자주하는 불평이지만, 미국의 인건비는 너무 비쌉니다. 가난한 나라에 살면 하인을 몇 명 두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을 얻고 있지만, 다들 부자 나라인 미국에 살면서 가구를 직접 옮겨 조립하고, 집을 직접 고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부자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이 높고, 그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문학, 역사,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생산성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임금이 상승한 것은 이들의 생산성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학과 경영학처럼 새로 생겨난 전공들의 생산성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이들이 공대 또는 경영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가능성 때문입니다.

직업에 따라서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의 임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반대로 다른 이들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인간 관계를 파편화시킨다는 비판에 많이 공감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끈끈하게 엮여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합니다.

연대의 붕괴, 노동생산성과 임금의 괴리

가락시장의 파 배달꾼, 하루 200통의 전화를 걸고 있는 텔레마케터, 심야 레스토랑 청소부들이 왜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을까요. 교과서의 대답은 바로 평균노동자의 임금이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과서와 다른 현실이 있습니다. 평균노동자의 임금이 생산성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입니다.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 경제는 45.6% 성장했는데, 실질임금은 그에 절반인 23.2%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임금 상승 없는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교과서의 경쟁 시장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이 더 능력 있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해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오히려 노동자들이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연대해야 할 운명이다 | 임금 결정의 경제학

출처: 조선비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노동자의 커다란 임금 격차는 임금을 둘러싼 우리의 연대가 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서로의 몸을 끈으로 잇고 산을 오르는 이들처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다함께 밀고 끌며 성장합니다. 그러나 곳곳에서 펼쳐지는 양극화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연대의 끈을 끊어 버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자본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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