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를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한 이미지를 직접 SNS에 올렸다. 선은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트루스 소셜에 자신을 예수로 빗댄 이미지를 올렸다(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Donald J. Trump 트루스 소셜 계정/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트루스 소셜에 문제의 이미지를 게시했다. 사진 속 트럼프는 하늘에서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으며, 그 아래로는 군인과 간호사 등이 그를 경건하게 우러러보고 있다. 성조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독수리와 전투기가 그 위를 날아다녔다. 트럼프 자신은 신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행보는 즉각 가톨릭 신자들의 공분을 샀다. 현재 미국의 가톨릭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0%인 7000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이란 전쟁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교황 레오 14세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에둘러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루스소셜에 "레오 교황은 범죄 문제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서는 매우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의 형 루이스를 그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며 "루이스는 완전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레오14세 교황이 12일(현지시각) 바티칸 사도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하지 않는다"며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것을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교황도 원하지 않는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는 미국으로 엄청난 양의 마약을 보내고 있었고, 더 심각하게는 살인자, 마약상, 범죄자들을 포함해 자국 교도소를 비워 우리나라로 보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당선된 대로 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교황도 원하지 않는다"며 "범죄율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있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식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을 추켜세웠다.
또한 교황의 선출 배경까지 거론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교황이 "자신이 좌파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며 "어떤 후보 명단에도 없었고, 교회가 그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는 바티칸에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교황으로서 정신을 차리고 상식을 사용해야 한다"며 "급진 좌파에 맞추려 하지 말고 위대한 교황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이와 별도로 미국 국방부가 올해 초 교황청을 직접 겁박했다는 외신 보도도 전해졌다. 미국 매체 '더 프리 프레스'는 "콜비 전쟁부 차관이 지난 1월 주미 교황청 대사를 불러 강하게 질책했다"며 "교회가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겁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교황이 연례 외교정책 선언인 외교단 연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와 같은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비판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국방부가 교황청 대사를 소환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과거 교황청이 왕권에 굴복했던 14세기 '아비뇽 유수'까지 언급하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보도 내용이 "매우 과장되고 왜곡됐다"며 부인했고, 교황청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이후 미국 출신 레오 14세 교황은 올 하반기 예정된 미국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초청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