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본의 아니게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기업은 포스코이앤씨다. 지난해 반복된 사망 사고를 가리켜 이재명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한 이후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포스코이앤씨는 사과문만 세 차례 발표했다. 올해 4월에도 지난해 신안산선 붕괴 사고에 대해 사과문을 내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희한한 것은 다른 건설사도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례가 부쩍 눈에 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GS건설도 사고 당일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냈다. 건설사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에서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다. 그동안 사망자가 발생해도 쉬쉬하던 건설사들이 맞나 싶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를 일벌백계로 삼은 이후 다른 건설사도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례가 부쩍 눈에 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이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를 일벌백계로 삼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건설사들 군기가 바짝 들었다"고 말했다. 해마다 건설사들이 개최해왔던 '중대재해 제로 선포식'이 올해 특히 비장하게 느껴진 것도 기분 탓이 아니라 했다.
건설사들 태도가 바뀐 것은 좋다. 생명이 걸린 일에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도 부족한 건 맞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는 데 치중하면서 '예방'에 쏟아야 할 사회적 관심이 온통 '처벌'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일벌백계 전략이 낳는 대표적 부작용이다.
안전사고의 프레임을 '처벌'로 가져가면서 역설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 중소기업장이다. 상대적으로 재해 예방 인프라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장의 안전 환경 개선 투자에 대한 논의는 핵심에서 또 한 번 밀려나는 것이다.
안전에 관한 기조로만 보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보다 오히려 거칠어지고 후퇴한 것이다. 건설 안전은 지난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조된 의제다. 전 정부가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안전사고 논의 초점을 '예방'에 맞추면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사고백서'를 2023년부터 발간해왔다.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책을 제시하려 시도한 것이다.
초보적인 걸음이지만 예방에 초점을 맞춘 이전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자극적 환기 효과를 일으킬 수는 있다. 하지만 안전사고의 귀결은 결국 처벌보다 예방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는 근거인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모호성과 중복성으로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법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조항이 겹치거나 충돌하는 지점이 많아, 현장 전문가들조차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 제6조는 위헌법률심판을 앞두고 있으며, 제2조에서 규정한 '경영책임자'의 명확한 범위가 무엇인지도 대표적 논란거리로 꼽힌다. 학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근거로 안전사고 예방을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법 시행 이후 3년간 안전사고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통계도 처벌 프레임이 실질적 예방과 관계없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적어도 안전에 있어서 기업 잡도리식 일벌백계는 능사가 아닌 셈이다. 이 대통령이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소규모 사업장들의 안전 인프라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