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술 소비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소주와 맥주, 와인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31.1%, 1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주종에서 소비 감소 추세가 나타났다.
국내 주류 출고량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371㎘(킬로리터)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326만8623㎘에서 2023년 323만7036㎘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는 출고량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해는 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 경기 침체와 회식 문화 감소와 함께, 술 자체를 멀리하는 젊은층의 ‘헬시 플레저’와 ‘노 알코올’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이 같은 술 소비 감소에도 정작 술을 깨기 위해 먹는 숙취해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분석 기업인 닐슨아이큐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2022년 3100억 원에서 2024년 3500억 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3700억 원 규모로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 AI
이 같은 추세는 세계적인 것이어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는 전 세계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가 2022년 약 19억 달러(약 2조8천억 원)에서 2032년 약 68억 달러(약 10조 원)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시장도 2032년 1조7천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술 소비 감소에도 숙취해소제가 건강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2030세대와 여성 소비자들의 음주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환, 젤리, 스틱 등 비음료 제품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성장세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규제 강화로 파이 확대 제동 걸릴 수도 : 컨디션·상쾌환 양강체제 강화
그런데 2025년 들어 숙취해소제 시장에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월부터 숙취 해소 효과에 대한 인체적용시험 결과 등 실증자료 검증을 강화하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 것이다.
앞서 식약처는 2019년 12월31일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 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핵심은 과학적 근거 없이 식품에 ‘숙취 해소’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대신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식약처는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01개 품목에 대한 기능성 자료를 업체에 요청했는데 이 중 107개 제품이 절차를 거쳐 숙취 해소 기능성을 입증했다. 나머지 94개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기능성이 입증되지 않아 ‘숙취 해소’ 표시 및 광고가 금지됐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식약처가 숙취해소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앞으로 중소업체의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숙취해소제 시장 확대 추세에 제동을 거는 변화일 수도 있다.
아울러 기존 검증된 제품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익부 빈익빈’ 추세가 확연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부동의 1위는 HK이노엔의 컨디션이다. 컨디션은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을 형성한 선구적인 브랜드로 평가된다. 지금도 점유율 4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위는 삼양사 큐원의 상쾌환으로 25% 내외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한독의 레디큐,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등이 따르고 있다.
시장은 컨디션·상쾌환 두 제품의 양강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두 제품의 합산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다만 컨디션의 매출액은 감소 추세인 반면, 상쾌환의 판매는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컨디션이 드링크류 의존도가 높은 반면, 상쾌환은 환·젤리·스틱 등 다양한 제형을 선보이면서 소비자 접점을 넓혀 온 점이 주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로 칼로리 제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