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38일간의 긴박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휴전으로 잠시 멈췄다.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목표로 내세웟던 이란의 핵농축 물질은 손에 쥐지 못했고, 이란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었다. 이를테면 휴전이 시작된 시점에서 두루 따져보면 미국은 별로 얻은 게 없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연합뉴스 사진 재편집
미국과 이스라엘이 '장대한 분노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2월28일 시작한 이란전쟁은 38일 뒤인 4월7일(현지시간) 2주간의 휴전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군사적 결과만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승리임에 분명하다. 이란은 최고 지도부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고 1만 곳이 넘는 정밀 타격에 군사시설의 크게 파손됐다. 민간인 피해도 엄청나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란은 지속적 반격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미국 : 이란을 파괴했지만 '정신승리'만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마친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이란 방공망의 80%, 미사일 발사대의 60%를 파괴했고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전 이란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수뇌부와 핵 과학자 다수를 제거했다. 그러나 애초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이란의 핵농축 물질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이란에 압도적 군사력을 투사해 군사적 승리를 거뒀지만 당초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휴전 직후 "이란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큰 손실을 끼쳤다"며 "이란 혁명수비대와 신정정부가 통치를 이어나갈 것이고, 전쟁의 명분이었던 440kg의 고농축 우라늄도 그대로 남겨두게 되는 등 전쟁의 근본적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동 안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트 등 인접 나라를 완전히 보호하지 못해 신뢰를 잃은 점도 부각됐다.
뉴욕타임스는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들은 이란에 의해 해수담수화 시설 등 중요 인프라를 공격받은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미국의 중동 안보보장을 향한 믿음에 금이 갔다고 짚었다.
전쟁비용도 미국으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미국 국방부의 의회브리핑 수치를 기반으로 이란전쟁의 비용을 추산하는 실시간 비용추적사이트(iran-cost-ticker.com)는 이란전쟁비용이 한국시각 4월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약 440억 달러(64조8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이를 38일로 나눠보면 하루 평균 2조 원에 가까운 비용이 쏟아부은 셈이다.
이란 : 전쟁 폐허 속에서 호르무즈라는 무기를 '발견'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I 사진.
이란은 이란전쟁으로 막대한 군사적 피해를 봤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매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38일간 이란 내 사망자는 최소 3500명(민간인 최소1600명, 어린이 최소 244명 포함)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이란은 핵과학자와 주요 군 지휘관을 잃었고, 미사일 인프라 상당부분이 파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전략적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 이유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강화가 꼽힌다. 이란전쟁 이전까지 누구도 공식적으로 통제권을 주장하지 않던 이 해협에서, 이란은 전쟁 한 달 만에 의회 안보위원회를 통해 선박 1척당 최소 40만 달러(약 6억 원) 규모의 통행료 부과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이란은 2주 간의 휴전기간에 호르무즈 통제권을 두고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다"며 "많은 긍정적 조치들이 있을 것이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안보전문가들은 2주 간의 휴전에서 미국과 이란이 간극을 좁히게 된다면 이란으로서는 정치적 승리를 얻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 나눈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 2주 휴전이 진지한 대화와 함께 유지된다면 이란 정권교체는 불가능해지고 이란의 현실은 과거와 다를 게 없게 될 것이다"며 "이란 정권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에 맞서 살아남았다는 훈장을 얻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 이란 핵과 미사일을 노렸지만 실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26년 3월19일 목요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전쟁에서 이란의 핵농축 물질 제거를 노렸지만 실패해 정치적으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란 내부의 분열을 초래하고 신정정권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이란전쟁이 계속되면서 정권이 내부 체제를 단속하게 만들어 줬다.
이란의 미사일 위협도 제대로 파괴하지 못한 한계점도 드러냈다. 도리어 이란의 미사일에 의해 그동안 촘촘한 것으로 평가받던 이스라엘의 방공체계가 뚫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이스라엘 핵시설이 있는 이스라엘 디모나시에 이란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안보적으로 중요한 시설 방어에 허점이 드러났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번 휴전협정에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CNN은 이날 이스라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일시적 휴전합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휴전안을 마지못해 따르는 입장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