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이사회(Gulf Cooperation Council·GCC)를 구성하는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과 요르단의 주한 대사들이 국회 외통위원들을 만나 중동산 원유를 한국에 최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 대사들과 요르단 대사 등 중동 지역 7개국 주한 대사들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통위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외통위원들과 중동 7개국 대사들의 회동은 GCC 측에서 먼저 요청했다. 중동의 무겁고 황이 많은 ‘중질유’를 가공하는 데 특화된 우리나라 정유기업들의 기술력 등에 따른 국제적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 국민의힘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8일 국회 본관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GCC 및 요르단 대사와 면담했다.
GCC 및 요르단 대사들은 이날 면담에서 “GCC와 요르단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당사국이 아닌데 이란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공항, 항만, 주거지역, 산업단지 등 민간 시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있을 수 없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여야 외통위원들은 중동 7개국 대사들에게 중동산 원유의 '최우선 공급'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GCC 국가가 중동산 원유를 한국에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안정적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저희가 확인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여야 외통위원들은 GCC 및 요르단 대사와 조속히 전쟁이 종식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이후에도 양측 국회 간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한 외통위원들은 중동에 체류하던 한국인들이 대피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카타르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 대사들이 직접 국회를 찾아 원유 최우선 공급 협력 논의를 가진 배경에는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압도적인 중질유 처리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동 원유의 주류인 '중질유'는 황 함량이 높아 가공이 까다롭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중질유를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으로 가공한 뒤 미국과 일본, 호주 등에 수출한다.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기름을 공급해야 전 세계 석유 제품 시장이 돌아가고, 본인들의 영향력도 유지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중질유 의존도가 높다보니 미국·이란 전쟁과 같은 중동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원유 공급이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고 ‘경질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유사들이 주로 (중동에서 많이 나오는) 중질유를 많이 쓰다보니까 이번 중동 사태에 대해서 굉장히 취약한 구조”라며 “당장은 하기가 쉽지 않지만 앞으로 경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나프타 분해 정유 시설을 갖추는 걸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