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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안전' 하나로 건설사들에 강력한 존재감을 심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중대재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면서 압박한 결과, 건설사는 너도나도 안전을 최고 경영 가치로 내세우면서 변화 의지를 보였다.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의사결정권한을 강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독립이사(사외이사) 구성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건설사 정기 주주총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새로 선임된 독립이사의 면면이 여전히 건설사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 독립이사 5명 중 법률가 2명, 안전 전문가 0명 : 대형 건설사들 '안전보다 소송 대응' 치중
건설사가 너도나도 안전을 최고 경영 가치로 내세우면서 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독립이사(사외이사) 구성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4대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가 주총 이후 새롭게 꾸린 독립이사진에 안전 분야 전문성을 갖춘 독립이사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독립이사의 전문 영역이 법률과 세무 쪽으로 치우친 점이 두드러졌다.

일반적으로 독립이사 전문분야가 법률 쪽으로 편중되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 대응 목적이 꼽힌다. 때문에 사고의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비판받는 경우가 많다. 

한 중대재해법 전문 변호사는 "건설사들이 법률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배경엔 중대재해법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건설사의 사법 리스크 대응 필요성이 확대되는 추세라 법률 전문가를 많이들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독립이사는 모두 5명이다. 각각 법률 전문가 2명, 세무 전문가 2명, 행정 전문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인석 이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안성희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김재웅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재중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이 그들이다. 

안전 분야와 관련한 이력을 갖춘 이가 없을 뿐 아니라 대우건설의 구체적 사업 내용에 대해 전문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정도로 건설업종과 관계된 이력을 가진 경우도 찾기 힘들다. 대우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토목‧에너지 등으로 다각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점을 세밀히 살필 수 있는 건축이나 공학 분야 전문가가 부재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독립이사들의 전문분야 다양성 측면에서는 대우건설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설업의 특수성과 관계되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이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통된 한계를 지닌다.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김민영 전 안텐진 코리아 대표는 법률, 경제‧경영 등에서 전문분야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특별히 건설사의 안전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삼성물산은 올해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해 노사관계에 전문성을 갖춘 이사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 역시 노무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전 관리와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DL이앤씨의 독립이사는 모두 4명이다. 법률과 세무 분야 전문가 외에도 공학 분야 전문가인 인소영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 조교수를 독립이사진으로 포함시켜 상대적으로 건설업 연관도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인 교수의 연구 분야는 기후‧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역시 안전 분야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나머지 독립이사인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찬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교수 등도 각각 법률, 세무, 인사 영역의 전문가로 안전 전문성과 거리가 멀뿐 아니라 건설업 특수성과도 연결 짓기 어렵다. 

현대건설 독립이사진은 4대 건설사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건설업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4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CSO를 사내이사로 포함시키고 있기도 하다. 

4명의 독립이사 가운데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정은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공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현대건설의 AI, 에너지 사업과 연관성을 갖는다. 

다만 나머지 정문기 성균관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장화진 코히어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역시 안전 분야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설사가 안전에 대한 실질적 노력을 보여주려면 독립이사 구성에도 변화의 노력이 나타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안전 분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구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건설사들이 안전을 의지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전 분야의 전문성을 독립이사진 구성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중요시하는 현안이 무엇이냐에 따라 독립이사진 구성도 달라진다"며 "독립이사 구성은 건설사가 경영 방침에 대한 메시지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하므로 안전을 중시한다면 안전 전문가를 독립이사로 선임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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