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4주째 이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나라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고육책'에 나섰다. 원유와 천연가스(LNG) 공급망 마비를 대비한 조처이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한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소. AI 이미지
27일 한국 정부 움직임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 정부는 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 상한을 풀고, 원전 가동률을 기존 60%대에서 8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자료를 기반한 연구에 따르면 석탄은 천연가스와 비교해 이산화항과 같은 오염물질을 4300배 이상, 미세먼지는 약 390배 배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산화황은 대기중 암모니아와 반응해 2차 초미세먼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기후대응을 위해 석탄 발전을 체계적으로 줄여왔다.
한국과 일본, 석탄발전 카드 꺼내들어 :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사정
한국 정부가 이란 전쟁에 따라 '석탄발전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에너지 수급구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한국은 화석연료의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1% 가량이 이란이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한국의 정유, 석유화학, 전기 발전 문제와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은 한국이 기존에 발전설비와 운영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부족한 발전용 원유를 대체하기 쉬운 수단으로 꼽힌다.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차 에너지원별 소비비중을 살펴보면 석유(39.2%), 석탄(22.0%), 가스(19.7%), 원자력(13.0%), 신재생·기타(6.1%)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도 한국과 비슷하게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는 긴급조치를 시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도 원유 수입분의 90% 이상이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70% 정도의 분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야 한다.
일본 NHK와 블룸버그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일본정부는 올해 4월1일부터 1년 동안 화력발전소에 가동률 제한을 풀어 에너지 쇼크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석탄발전도 병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전역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인도는 기록적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최고치까지 치솟자 대기오염방지법을 일시 중단한 뒤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 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 세계 최대 석탄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수출보다 자국 내 공급을 우선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만은 LNG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폐쇄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워뒀고, 필리핀도 전력비용 억제를 명분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출력 증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전쟁 끝나도 석탄발전 쉽게 줄지 않을 듯 : 기후변화 대응 후퇴한다
해양플랜트에서 시추된 원유를 옮기는 원유수송선. AI 이미지.
문제는 이란전쟁이 끝나도 이런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글로벌 여러 나라들이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는 추세였지만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환경전문 매체 어스오르그(Earth.Org)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지구환경관측소(CEOB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전쟁에 따라 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설비에 대한 투자비용 때문에 이런 흐름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석탄과 같은 저렴한 에너지원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매력적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전쟁으로 벌어진 에너지 혼란이 각 나라의 정책을 재검토하는데 촉매가 될 것이다"며 "특히 오염도는 높지만 값싸고 수급이 안정적인 석탄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