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BNK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나온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의결권 행사 주식 수 기준)이다.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참호구축' 등의 단어로 금융당국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것을 살피면 고무적 수치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빈 회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떠오르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빈 회장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2기 체제의 닻을 올렸다.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도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인정받으며 연임에 성공했지만, 주가의 상승 추세가 꺾인 상황에서 개선된 지배구조에 걸맞는 '밸류업'을 완성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 역시 함께 안게 됐다.
특히 BNK금융지주는 경쟁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비과세 감액배당’ 카드를 구조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상쇄할 만한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융당국 압박 뚫고 연임 성공, '지배구조 모범생' 등극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BNK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빈대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91.9%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됐다. '빈대인 2기 체제'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이번 주총은 빈 회장이 지난해부터 공들여 온 ‘지배구조 개선’의 성과가 주주들에게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금융당국이 빈대인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과 관련해 이른바 ‘참호 구축’이라 경고하며 정조준 했음에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민연금까지 모두 빈 회장의 연임에 찬성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주주제안 안건의 표결 결과도 이사회를 향한 주주들의 신뢰를 보여줬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과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부여(RSU)의 건은 부결된 반면, 이사회가 제안한 회사안이 가결됐다. 사실상 라이프자산운용을 제외한 대다수 주주가 회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여기에 사외이사 7명 가운데 과반인 4명이 주주추천 사외이사로 채워지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외이사의 과반을 주주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활용해 채운 것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BNK금융지주가 처음이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평가부문장은 BNK금융지주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이사회 구성이 최대주주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돼 경영이 이뤄지는 것보다, 다른 주요주주의 이익 또한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거버넌스 개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비판을 받았던 빈대인 회장이 오히려 '지배구조 모범생'으로서 평가받게 된 것이다.
◆ '슈퍼 주총데이'에 비과세 배당 흐름에서 소외되다
문제는 이런 지배구조 측면의 개선이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BNK금융지주의 주가는 2월20일까지 매우 강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BNK금융지주 주가는 2025년 4월9일 기록했던 52주 최저가 9260원에서 올해 2월20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2만3050원까지 거침없이 치솟았다.
하지만 2월20일 이후 BNK금융지주 주가는 빠르게 우하향했다. 2월23일부터 3월4일까지 BNK금융지주 주가는 무려 7거래일동안 연속 하락했으며, 이후 1만7천 원~1만8천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BNK금융지주 주가는 최고점에서 약 20% 정도 하락한 1만8430원에 거래를 끝냈다.
물론 BNK금융지주 주가의 하락은 중동 전쟁 등으로 전체 시장이 하락세에 들어선 영향이 크다. 하지만 파격적 주주환원책을 내세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시장 조정 속에서도 약 10% 내외의 하락으로 방어력을 보이고 있는 것을 살피면 BNK금융지주는 시장의 하락세에 조금 더 큰 타격을 받은 셈이다 .
시장에서는 BNK금융지주 주주환원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금융권 슈퍼 주총데이'였던 26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7조5천억 원, 9조8659억 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향후 주주들에게 세금을 떼지 않는 '비과세 배당(감액배당)'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심지어 같은 지방금융지주인 iM금융지주 역시 2900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며 2026년 결산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행할 여건을 마련했다. 대형 금융지주는 물론 경쟁 지방지주사까지 자본준비금을 '배당 탄약고'로 옮기는 흐름에 올라타고 있는 상황에서, BNK금융지주는 침묵을 지켰다.
◆ 자본금 1.5배 룰에 발목, 감액배당 불가한 BNK금융의 특이체질
문제의 핵심은 BNK금융지주가 이러한 감액 배당 트렌드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법적·구조적 한계 때문에 '못 한 것'이라는 점이다.
상법상 기업이 감액배당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가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해야 하며, 그 초과분 범위 내에서만 감액이 가능하다.
BNK금융지주의 2025년 사업보고서(재무제표 기준)를 살펴보면, 자본준비금이 포함된 개념인 기타불입자본은 7904억 원, 이익준비금은 1조845억 원 수준이다. 반면 자본금은 약 1조6297억 원에 이른다.
기타불입자본 전액을 자본준비금으로 가정하고 이익준비금과 합산하더라도 약 1조8749억 원으로, 자본금의 1.5배인 약 2조4445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는 특이체질 탓에 당장 비과세 감액배당 카드를 꺼낼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 2기 빈대인, 공격적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으로 주가 살릴까
금융권에서는 BNK금융지주가 비과세 배당이라는 시장 트렌드에 당장 탑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가 가진 다른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의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NK금융지주는 2025년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8150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11.9% 성장한 것이다. 주주환원의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역시 전년보다 6bp 개선된 12.34%를 기록하며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상법상 배당이 제한된 자본준비금과 달리, BNK금융지주가 쌓아둔 이익잉여금 자체는 두텁다는 것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BNK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은 무려 8조 원에 이른다. JB금융지주(3조8095억 원)와 iM금융지주(3조6313억 원)의 전체 이익잉여금 두 배가 넘는다. 경쟁사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 자본 관리와 주주친화 경영으로 주주와 지역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