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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한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아리랑(ARIRANG)'은 기록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K-팝 정체성 논란 역시 거세다.

한글 거의 없이 영어로 부르는 BTS '아리랑' : 'K' 떼면 무엇이 남는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BTS 앨범 수록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는 민요 '아리랑'이 삽입됐다. 그 사용 방식은 글로벌 팝 사운드 위에 얹힌 샘플링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BTS 멤버 뷔(V)는 오는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예고 영상에서 "'국뽕으로 가는구나'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리랑’이라는 앨범 이름의 무게는 그 상징성만큼이나 BTS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리랑은 한국의 정서로 통하는 '한'을 담은 대표적 문화 자산으로, 깊은 그리움과 집단적 회복력, 나아가 통일까지 상징하고 있다.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아리랑을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과 공동체 결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BTS 컴백 앨범이 '아리랑'이라는 민족적 상징을 제목으로 내세우고도 한글 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점을 두고, 한국적 정서를 서구 진출을 위한 장식품처럼 소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글 거의 없이 영어로 부르는 BTS '아리랑' : 'K' 떼면 무엇이 남는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최근 K-팝은 영어 가사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블랙핑크(BLACKPINK)와 정국(Jungkook), 제니(JENNIE)의 솔로 앨범, 르세라핌(LE SSERAFIM)의 최근 곡들처럼 제작 단계부터 북미 프로듀서들과 협업해 완전 영어 곡을 싱글로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트와이스(TWICE) 역시 영어 싱글을 꾸준히 발매하며 북미 투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영어 가사의 선택은 글로벌 대중을 겨냥한 상업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 영어 가사 곡은 라디오 방송 횟수를 확보해 빌보드 '핫100' 상위권에 안착하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BTS의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장기간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어 가사가 비교적 많은 곡인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은 1위에 올랐음에도 비교적 짧은 기간 머무르는 데 그쳤다.

이는 영어 가사가 미국 시장에서 대중 소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주류 시장인 북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모국어를 포기하는 선택이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기보다 문화적 종속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한글 거의 없이 영어로 부르는 BTS '아리랑' : 'K' 떼면 무엇이 남는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BTS 리더 알엠(RM)은 2019년 인터뷰에서 "우리가 갑자기 전부 영어로 노래하고 다른 것들을 바꾸면 그것은 방탄소년단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후 BTS는 점차 영어 가사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해왔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어 선택은 더 넓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국내 핵심 팬덤과의 깊은 공명을 일부 포기하는 선택일 수 있다. BTS를 둘러싼 이번 논쟁이 단순한 앨범 평가를 넘어 K-팝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BTS 아리랑 앨범 총괄 프로듀서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과거 2023년 관훈포럼에서 "나는 K라는 단어가 희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K'라는 국가적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K-팝의 외연 확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음악 평론 매체 피치포크(Pitchfork)의 필진인 음악 평론가 조슈아 민수 김(Joshua Minsoo Kim)은 '아리랑의 메시지'를 두고 "반복적으로 공허하게 울린다"며 "마치 대기업이 보내는 생일 축하 이메일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앨범에서 한국 문화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의미 있게 다루는 유일한 완성곡으로 오프닝 트랙 '보디 투 보디'를 꼽으면서도, "아리랑을 승리의 깃발처럼 내세우는 순간, 어떤 자부심도 공허하게 느껴진다"며 "이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태도를 하나의 국가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큰 기대와 책임, 그리고 막대한 자본이 얹힌 상황에서 BTS는 결국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듯 보인다. '아리랑'은 그 붕괴의 소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한국어로 불러야만 K-팝인가"라는 한 누리꾼의 말처럼, K팝은 애초부터 다양한 국적의 인적 구성과 음악 장르를 혼합해온 '하이브리드 음악'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언어 역시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영어로 노래하더라도 아티스트의 서사와 메시지가 유지된다면 정체성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3월 TJB 대전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뿌리로 돌아가는 회귀의 앨범'으로 평가하며, 아리랑이라는 제목 역시 한국성을 상징적으로 강조하려는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한글 거의 없이 영어로 부르는 BTS '아리랑' : 'K' 떼면 무엇이 남는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번 BTS 앨범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한국을 알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음악 매거진 '제너라이트'를 통해 "앨범 자체로 재미있지만, 앨범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이 더 재미있다"며 "2026년 한국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가치를 획득한다. 그리고 그것이 BTS 주체적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조차 한국적이다. 케이팝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광화문 광장 컴백 공연 전부터 해외 외신, 한국 TV, 사회적 논란까지 BTS를 소비하는 방식이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 자체까지도 '아리랑'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BTS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을 넘어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마치 'BTS=한국'이라는 등식이 형성된 것처럼, 대한민국 홍보대사와 같은 기대와 역할이 BTS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BTS의 컴백 공연에 대해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문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규정되거나 강요될 때보다, 스스로 흐르며 확장될 때 더 큰 힘을 갖는다. '아리랑'을 둘러싼 이번 논쟁 역시 BTS가 무엇을 대표해야 하는지를 묻기보다, K팝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확장되어야 하는지를 되묻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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