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실제 이란 공습 영상에 영화 '글래디에이터', '매트릭스'의 장면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영상을 게시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블레이즈 J. 수피치 시카고 대주교 추기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카톨릭 지도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백악관은 6일(현지 시각) 백악관 엑스(X·옛 트위터)에 실제 이란 공습 영상에 영화 장면을 짜깁기한 영상을 게시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백악관 게시물을 재편집한 것.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수피치 추기경은 7일(현지 시각) 백악관이 전날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겨냥해 이란 전쟁을 다루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감각한 태도를 강력 비판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양심에 호소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실제 죽음과 고통이 수반되는 실제 전쟁을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취급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며 "이 끔찍한 묘사는 우리가 이제 전장과 안방·거실 사이 거리가 급격히 좁혀진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그날 학교에 갔다는 '치명적 실수'를 범한 수십 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어머니와 아버지, 딸과 아들 등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 게시물은 그들은 물론 전사한 미군 6명의 명예 또한 훼손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28일 '장대한 분노(Epic Fury)'이라는 이름의 공습 작전을 시작했다. 이후 유권자들이 전쟁에 열광하도록 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도를 해왔다.
수피치 추기경의 지적대로, 백악관은 실제 이란 공습 영상과 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시리즈의 장면을 편집한 게시물을 공유해 전쟁을 비디오 게임에 빗댔다.
수피치 추기경은 성명을 통해 의원들이 전쟁을 '게임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을 촉구하며 이런 행태를 두고 "실제 사람들의 인간성을 말살하는 심각한 도덕적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이란 국민의 고통을 마치 우리가 마트 계산대 줄에서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휙휙 넘기는 콘텐츠 수준의 오락거리로 취급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우리 군의 파괴력에 환호하게 되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나는 미국인들의 수준이 이보다는 높다는 걸 안다"며 "우리는 지금 벌어지는 일이 오락이 아니라 전쟁이며 이란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지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누군가 플레이하는 비디오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식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게시물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공인은 수피치 추기경만이 아니었다. 금요일, 배우 겸 감독인 벤 스틸러는 백악관에 자신의 2008년 영화 '트로피 썬더'의 장면을 영상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며 "전쟁은 영화가 아니다"는 글을 남겼다.
수피치 추기경의 이번 발언은 뉴저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카톨릭 지도자이자 레오 14세 교황의 핵심 측근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 1월25일 온라인 기도회에서 조지프 토빈 추기경은 미 이민세관집행국(ICE)을 지칭하며 의회가 이러한 무법 기관에 예산 지원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토빈 추기경은 "우리는 5살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납치당하고 시위대가 학살당하도록 내버려두는 나라와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전주원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