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결성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의원 모임'(공취모)이 당 공식기구가 출범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모임을 주도한 박성준, 이건태 의원은 동일한 과제를 담당하는 당 공식기구가 출범했음에도 공취모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상임대표인 박성준 의원(오른쪽)과 간사인 이건태 의원이 지난 20일 박성준 의원실에서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들이 앞다퉈 공취모를 탈퇴하고 있는 가운데 의원 모임을 계속 유지하려는 두 의원의 움직임을 두고 '반청'(반정청래) 계파 모임이라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취모 운영위원회는 26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출범 당시 밝힌 최종 목표인 공소취소가 이루어질 때까지 의원모임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공취모는 민주당 의원 162명 가운데 3분의 2가량인 105명이 참여한 거대한 의원모임으로 지난 23일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반청 성향의 의원들이 모임을 주도하면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맞춰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려 세력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정청래 대표가 전날 윤석열 정권의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통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특별위원회라는 당 공식기구를 만들었음에도 의원모임을 유지하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의 공식 조직인 특위는 한병도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한 원내대표가 특위 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원내지도부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원내대표가 특위 위원장을 맡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사안 자체를 당의 당론적 범주 내에서 진행을 한다는 것을 결정했기 때문에 저는 크게 그 모임이 더 유지되거나 이럴 필요성은 크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계파 정치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공취모가 해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 김병주, 부승찬, 김기표, 민형배 의원 등은 전날 모임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식적으로 공취모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형배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당원들이 모여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 했는데 이걸 당이 공식 기구 만들어 추진하겠다면 모임을 따로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해산하는 게 좋겠다”고 적었다.
특히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의 상징적 인물로 공취모에 이름을 올렸던 윤건영 의원까지 모임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렇게 되면 공취모의 활동과 관계 없이 모임의 성격은 비문(비문재인), 반청 성격을 띄는 계파 모임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윤건영 의원이 공취모에서 탈퇴한다면 공취모로서도 상당히 난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청래 대표가 이번에 당 공식기구로 특위를 출범시킨 일은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여당이 공식 조직을 만들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데 청와대와 소통없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박진영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25일 유튜브 '정치비상구'에서 “혹시 이렇게 바꾸는 것에 불만 가지는 분들한테 한마디 하자면 당 공식기구로 (의원모임보다) 조직의 무게감도 더했고 당정협의 안 했을까?”며 “한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이고 운영위원회는 청와대를 담당한다. 다 설명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취모가 전국을 순회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서명을 받겠다는 것도 일종의 세 과시 또는 8월 전당대회를 대비한 선거운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당 공식기구와 별도로 활동을 이어간다면 당권을 둘러싼 계파적 움직임이라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판을 고려한 듯 공취모 운영위원회도 입장문에서 “공취모의 독자적 행보는 최소화하고 당 특위와 국조특위에 적극 협조하고 공동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자행보를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모임을 굳이 유지하겠다는 공취모의 판단에 우려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공소취소 운동을 가장 먼저 전개한 사람이 저인데 두 달 전부터 밑에서부터 시민운동으로 돼야한다고 생각해 국회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청원을 받았다”며 “그런데 2만 명까지 가다가 공취모가 되면서 우리 당원이나 국민들이 계파정치라는 오해를 해서 2만9천 명에서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국민과 당원이 우려하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8월에 전당대회가 있으니까 (계파 모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고 제도 개선까지 가져가겠다라고 하는 거면 그 역할은 당에서 좀 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