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인공지능(AI)'이 양지로 나올 수 있을까. 성적 쾌락은 첨단 테크의 시대에도 어느 정도 '금단의 영역'이다. 은밀한 욕망의 소통 공간을, 인간들은 인간만의 영토로 남기고 싶어한다. 인류 역사에서 성애의 공간은 '방탕', '방종'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으면서도, 지극히 보수적인 영역이기도 했다. 모든 연인은 타인을 배제하려 한다.
성인용품점의 자위도구는 최첨단 스마트폰에 비해 여전히 조악하고 초라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성애의 공간에 대해 외부 침입으로부터 방어막을 친다. 고밀도의 반도체를 만드는 꿈의 기술은 성인용품 업계로 쉽사리 틈입하지 못한다. 그건 '경제적 효율'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인용 챗GPT의 범람에 대한 반대 속에도 그런 '보수적 입장'이 내밀하게 숨쉰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챗GPT에 성인용 서비스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을 때, 내부의 반발이 심상치 않았다. 라이언 바이어마이스터 전 오픈AI 부사장은 당시 챗GPT 성인모드 도입에 반대하면서, 오픈AI가 미성년자에게 성인 콘텐츠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성인용 AI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자극해왔다. 사진은 1927년 프리츠 랑의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 영화에서 인간을 닮은 로봇은 팜므파탈처럼 등장한다. ⓒmk2
그러나 미성년자 선별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성인용 AI 도입의 강력한 반대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성인용 AI가 도입될 경우, 인간이 성적 쾌락을 느끼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보다 훨씬 야하고 섹시한 대화를 구사할 줄 아는 AI가 등장하면, 성애에서 갖는 인간의 우위가 흔들릴 것이다. 인간이 소중하게 보존해 온 '금단의 영역'이 유린 당한다.
그러나 모든 '금단'은 허물어졌다. 인간 대신 AI 섹스돌이 활약하는 시대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7년 전 대법원이 섹스돌 수입 금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성인용 챗GPT가 탑재된 섹스돌은 등장할 것이고, 유행할 것이다. 어떤 애인보다 에로틱한 대화와 애무를 제공할 수 있다. '연인'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연인의 사랑과 애무는 구태의연한 소통과 몸짓으로 전락할 것이다.
성인용 AI는 '성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줄지도 모른다. 성 노동이란 말이 거슬리시려나. 그러나 본질적으로 '노동'이 아닌 인간의 몸짓, 행위가 존재할까. 특히 '성'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크게 물길을 틀 것이다. 성 노동에 필요한 인간 육체는 AI 섹스돌로 대체될 수 있다. 성 노동은 인간이 아니라 AI가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AI가 인간들의 음담패설이나 성적 유희의 욕구를 받아내는 거대한 골짜기로 변모할 수 있다.
성인용 AI가 자유자재로 고품질의 포르노를 생산한다면 포르노 배우라는 직업도 사라질 것이다. 성 산업과 관련한 모든 직업이 ‘성인용 AI 폭풍’으로 인해 완전히 재편될지도 모른다. AI가 인간 곁을 떠날 줄 모르던 직업 하나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AI가 가장 오랜, 가장 내밀한 인간의 일들을 솎아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런 대화가 오가는 건 아닐까.
“섹스? 그런 건 AI랑이나 하는 거야. 인간끼리 하는 거 아니야.”
인간의 마지막 영토까지 잠식하는 AI의 잡식과 제국주의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이 있다. AI가 바꿔 놓을 에로스의 의미와 풍경이 문득,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