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당시 언론사에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1심 재판에 이어 두 번째로 12·3 불법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내란중요임무 가담 혐의가 인정된 이 전 장관에게 내린 형량은 7년에 불과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2일 오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장관은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모의하고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12월3일 오후 11시37분쯤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언론사들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해 수사기관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았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쿠데타 계획에서 피고인 역할이 너무나 중요했다”며 이 전 장관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먼저 12·3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국회 등을 마비시키는 의도를 갖고 계엄을 실행했다으며 ‘내란’의 중요임무에 종사한 이 전 장관에게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행위는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 등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이라며 “2024년 12월3일 당시 국회와 야당 당사, 언론사 등을 물리적으로 봉쇄해 마비시키거나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상민)은 고위공직자로서 헌법적 의무를 부담함에도,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해 내란에 가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내란 행위를 만류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이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은폐하고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 측은 허 전 소방청장과의 통화에서 단전·단수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와 관련된 문건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계엄 선포 이후 국무회의가 열린 대회의실에서 피고인 스스로 문건을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 세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한덕수와 문건을 짚으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문건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전 장관이 CCTV에 찍힌 문건에 관해 12월3일 울산에서 열린 ‘김장 행사’ 관련 브로셔라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도 “한덕수는 당일 피고인으로부터 일정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배척했다.
내란특검팀의 구형량(15년)보다 현저히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한 이유로 내란을 사전모의한 정황이 없고 내란임무종사와 관련해서도 단전·단수 지시 전화 한 통 뿐이라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이 없는 점, 내란중요임무 수행 행위는 소방청에 한 전화 한 통이고 반복적으로 지시하거나 이행 여부를 점검·보고 받는 등 적극적으로 내란중요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과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원이 이 전 장관의 내란가담 혐의를 인정했으면서도 형량을 매우 낮게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징역 7년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선고된 징역 23년의 1/3도 되지 않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양도소득세 대납을 빙자해 납세자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세무사, 친구를 가스라이팅해 노예처럼 부린 부부. 법원이 이들에게 내린 형량이 징역 7년”이라며 “국가의 심장을 멈추고, 언론사의 전기를 끊으라 지시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의 무게가 고작 개인 간의 사기 범죄와 똑같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훼손했다’, ‘죄책이 무겁다’고 썼는데 말은 서릿발처럼 무겁게 하고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로 끝냈다”며 “죄질은 ‘반역’인데 형량은 ‘잡범’ 취급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란특검팀은 재판이 끝난 뒤 “형량엔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