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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안’(헌법재판소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재판소원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헌재)는 1987년 창설 이후 38년 만에 명실상부한 ‘최종 심급 기관’이 된다. 대법원보다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재판소원법안이 통과되면서 대법원의 위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재판소원법안이 통과되면서 대법원의 위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11일 밤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여권 위원들 주도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재판소원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법사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판소원법안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 상고심 등을 통해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국민의힘은 여권이 이번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에서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최종 유죄로 판결했을 때 이를 헌재로 가져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인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소원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목적은 단 하나,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임기 중 5개 재판을 일시정지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임기 후에도 안전 보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도 재판소원법안을 두고 사실상 '4심제'라며 위헌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재판소원법안’과 ‘대법관 증원법안’을 두고 “이 문제는 헌법과 국가 질서에 큰 축을 이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도 11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대법원까지 3심 재판을 거친 패소 당사자에게 새로운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4심의 실질을 가지게 된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헌재가 그동안 재판소원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다.

국회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11일 취재진과 만나 “헌법을 해석하는 최종 기관은 헌재다”라며 “위헌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재판소원이 합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헌재가 이미 내놨다”라고 말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도 국회 법사위에서 “위헌 의견과 정책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견해들은 그 근거가 부족하거나 설득력이 크지 않다”며 “그동안 재판소원 금지로 인해 국민 기본권 보장의 커다란 사각지대를 방치했던 만큼 재판소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획기적인 전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소원법안이 현실화되면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에 근본적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전통적으로 서초동(대법원)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과거 대법관을 지낸 인물이 ‘헌법재판소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은연 중에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보다 상급 기관인 것처럼 인식하는 문화도 있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각자의 권한을 활용해 신경전을 벌임으로써 빚어진 이른바 ‘사법불일치’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재판소원법안이 통과되면 헌재의 우월적 지위가 완전히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법불일치 현상은 법률의 해석·적용권은 법원에, 헌법 해석과 위헌 여부 판단권은 헌재에 분산돼 이들 사이의 견해 차이가 발생할 때 국민은 혼란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지금은 헌재가 특정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하면서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법원은 “헌재는 법률의 폐지 여부만 결정할 뿐 법률의 해석방향(재판내용)은 관여할 수 없다”며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인해 왔다.

사법불일치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KSS해운의 세금 사건이다. KSS해운은 1989년 옛 조세감면규제법의 상장을 전제로 한 조항에 따라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았는데 시한인 2003년까지 상장하지 못했다. 이에 세무당국이 2004년 감면했던 세금을 부과하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1년 4월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이 개정됐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부칙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KSS해운은 항소심이 진행되던 2009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2012년 ‘구법의 부칙이 실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KSS해운이 제기한 재심청구를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헌재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판결을 바꾸지 않아 실제로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하는 ‘재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되면 헌재는 법률 해석을 내린 뒤 그와 다르게 판결한 법원의 재판 자체를 직접 취소할 수 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11일 국회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이 사법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고 대법원과 헌재 간 사법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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