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0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국내 코인 시장의 ‘장부 거래’ 구조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촉발하고 있다.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코인보다 12배나 많은 수량이 장부상에 찍히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금융당국은 이를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전수점검과 함께 강력한 법적 책임 부과를 예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현장메신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직원의 단순 입력 실수만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발행량의 3%에 달하는 물량이 순식간에 생성되어 유통된 것으로, 중앙화거래소(CEX) 내부 통제 시스템의 처참한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빗썸 사태 관련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위원장은 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빗썸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회원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자가 점검하도록 하고, 금감원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점검의 핵심은 가상자산을 이용자에게 지급할 때 △이용자 장부와 실제 보유량 간의 검증체계 △다중 확인 절차 △인적 오류 제어 장치 등이 적절하게 마련됐는지 여부다.
금융당국은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여기에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고, 외부 기관을 통한 주기적인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점검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무과실책임’ 도입이다. 전산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입법을 통해 “전산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명문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소위 ‘빗썸 사태’는 6일 빗썸이 비트코인 지급이벤트에서 62만 원어치의 비트코인 대신 빗썸이 보유한 전체 비트코인 수량의 12배가 넘는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빗썸 내 비트코인 유통량이 66만 개로 급증했고 비트코인을 지급받은 이용자들이 시장가로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다.
빗썸 측은 오지급된 코인에 대한 회수 작업을 완료하고 장부 정합성을 확보했다고 보고했으나, 금융당국은 보상 절차의 적절성과 추가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