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코리아가 ‘메이플 키우기’ 확률 논란에 전액 환불이라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이사가 서비스 초기부터 애정을 갖고 있던 ‘메이플스토리’ IP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한편, 게임 자체의 재미에 대한 자신감도 배경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 키우기 홈페이지 갈무리. ⓒ메이플 키우기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최근 메이플 키우기 논란과 관련해 출시 이후 결제된 재화 전액 환불을 포함한 대규모 대책을 발표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대응 수준이 일반적 예상을 훨씬 넘어선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예상하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대응”이라며 “대통령이 언급한 정도의 큰 사고였기 때문에 과감히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관련해 “세게 좀 제재하는 게 좋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법제 차원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전보다 강화됐다. 지난해 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은 게임사가 확률을 고의로 잘못 표기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게임업계는 이런 표면적 이유 외에 넥슨코리아가 환불 조치를 강행한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넥슨코리아가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에 부여하고 있는 중요성이다. 두 번째는 메이플 키우기라는 게임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다.
메이플 키우기의 원작 IP인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이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초대형 프랜차이즈다. 넥슨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메이플스토리에 의존한다. 2024년 기준 넥슨의 전체 프랜차이즈 매출 가운데 메이플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메이플 키우기가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수 300만 명을 돌파하고 45일 만에 1억 달러(약 144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도 메이플스토리라는 원작 IP를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대현 공동대표는 누구보다 메이플스토리가 넥슨코리아에 미치는 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부를 중퇴하고 2004년 넥슨에 입사한 이후 메이플스토리 라이브 개발팀장, 메이플스토리 3대 디렉터를 맡으며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그런 강 대표에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이번 메이플 키우기 논란이 메이플스토리 IP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곧 넥슨코리아가 매출의 3분의1을 의존하고 있는 슈퍼 IP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넥슨코리아 환불 강행의 두 번째 배경을 메이플 키우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찾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환불을 선택할 경우 게임 이용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넥슨코리아는 메이플 키우기를 포기할 수 있는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전액 환불 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유저들은 게임을 계속 할 것인지 환불을 받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라며 “이때 넥슨은 유저들이 환불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 게임에 잔류할 수 있다는 예상도 할 만큼 게임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이용자들의 탈출 러시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메이플스토리가 주 콘텐츠인 유명 게임 유튜버 ‘팡이요’는 환불을 신청하고 메이플 키우기 계정을 접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메이플 키우기 확률 논란은 이용자들의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강대현·김정욱 공동대표는 26일 직접 사과하며 보상을 약속했지만 이용자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사과문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잠수함 패치(패치를 몰래 진행하는 것)’가 진행돼 왔다는 사실이다.
사과 다음날 이용자들은 법적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이용자 1507명의 위임을 받아 넥슨코리아를 향한 전자상거래법 위반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협회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 이용자 피해 구제센터에도 메이플 키우기 사건을 접수했다. 넥슨코리아가 전액 환불 조치를 발표하면서 협회는 신고를 모두 철회했다.